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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의 추석 "우리도 고향에 가고 싶어요" |
전북CBS 임상훈 기자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추석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고향 방문은 여전히 먼나라 얘기다.
전동휠체어가 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는 지체장애 1급 정해선(37) 씨의 할머니는 전북 진안군에 살고 있다. 아흔 살을 넘겨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르는 할머니를 보고 싶지만 전주시에 사는 정 씨는 이번 추석 명절에도 고향인 진안에 갈 수 없다. 시외버스, 고속버스는 저상버스나 리프팅 장치가 있는 차량이 없기 때문이고 장애인콜택시는 비싸기도 하거니와 예약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 씨는 "할머니가 몸이 좋지 않아 자주 가야되는데 그럴 수가 없어 마음이 아프다"며 "고향에 간 지 벌써 3년이 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명절이면 가족과 함께 이동할 수 없어 오히려 혼자 지내야 한다는 중증장애인 유승권 씨 명절은 TV로 시작해 TV로 끝난다. 유 씨는 "고향인 군산까지 갈 방법이 마땅치 않아 명절이면 방구석에서 TV만 본다"며 "남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한다지만 저는 명절이 싫다"고 말했다.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중증장애인 20여명은 2일 전주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통약자, 중증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시외, 고속버스에도 저상버스를 도입해 장애인도 고향에 갈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병용 사무국장은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는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는 모든 교통수단과 여객시설,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며 "전라북도와 14개 시군은 저상버스 도입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두 아이의 엄마 장미경(30.지체장애1급) 씨의 절규는 추석 명절을 맞는 장애인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장 씨는 "군산에 사는 몸져누운 큰고모가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하고 아이들도 고모를 보고 싶어 하지만 제가 갈 수 없어 그러지 못한다"며 "장애인도 정읍, 부안, 군산 등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가고 싶다"고 말했다. axiom@cbs.co.kr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초작성시간 : 2014-09-02 오후 7:28:03 최종편집승인시간: 2014-09-02 오후 7:29: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