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활동지원 대상자 조사 '졸속' 우려
 
인공호흡기 의존 등 특수상황 대상자만 조사
"이런 식이라면 고 김주영 활동가도 대상자에 못 들어가"

2012.10.29 13:34 입력

 

▲지난 26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 고 김주영 활동가의 집.

 

화재로 질식사한 고 김주영 활동가의 빈소에 각계의 조문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24시간 서비스가 필요한 수급자 현황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조치가 인공호흡기 의존 등 특수상황에 처한 대상자만을 대상으로 29일까지 파악하라고 하는 등 화재 사망사건의 문제의식이 사회적으로 확산하자 서둘러 대책을 발표하려는 임시방편의 우려도 제기됐다.

29일 국민연금공단은 전국의 장애인활동지원 제공기관에 공문을 보내 '최중증 수급자로 활동지원등급 1등급(380점 이상) 수급자 중 인정점수 400점 이상이고, 인공호흡기 의존 등 특수상황으로 상시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한 수급자로 해당기관에서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 중인 자'를 파악해 29일 정오까지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연금공단은 현황 파악 이유에 대해 “수급자의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실태 및 생활환경, 질병상태 및 보조기기 사용여부, 추가지원 필요성 등에 대한 현황 파악 후 향후 실태조사 후 제도개선 방안 마련”이라며 “실태조사는 11월 중에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현황 파악은 지난 26일 새벽 집 안에 불길이 번지는 것을 보고도 이를 피하지 못하고 사망한 김주영 활동가 사건이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자,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 김주영 활동가는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지 3시간 만에 변을 당했다.

 

이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자립생활을 하는 중증장애인들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충분히 받지 못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임에도 정부는 인공호흡기 의존 등 의료적인 상황에 대한 긴급보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라면서 “이런 식의 현황 파악이라면 고 김주영 활동가는 대상자에 포함될 수 없을 것이며, 이와 같은 사건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정책실장은 “정부가 이번 현황 파악을 바탕으로 예산을 추계한 뒤 극소수의 대상자에게만 적용되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정부는 긴급보호 관점이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활동지원서비스를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뒤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중앙정부에서 제공하는 활동지원시간은 월 최대 183시간이며,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지원을 하는 서울시에 사는 장애인이라도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합쳐 월 최대 363시간, 하루 평균 12시간 동안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고 김주영 활동가도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거의 움직일 수 없고 전동휠체어에 타고 내릴 수도 없음에도 시간제한으로 아침 7시부터 밤 11시 무렵까지만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했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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