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장애해방학교 2강 주제로 역사 속 장애인 모습 살펴
“오히려 옛날에 장애인 차별의식 없고 능력으로 인재 찾아”

2012.10.24 14:46 입력

 

▲지난 17일 늦은 3시, 7회 장애해방학교 두 번째 시간으로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란 주제로 고려대 정창권 교수의 강연이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열렸다.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물음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이에 대해 고려대학교 교양교직부 정창권 교수는 “오히려 옛날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이 거의 없었고 개개인의 능력을 보고 인재를 찾으려 했다”라면서 “기록을 통해 이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늦은 3시, 7회 장애해방학교 두 번째 시간으로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주제로 정 교수의 강연이 노들장애인야학 배움터에서 열렸다.

 

정 교수는 “서양의 장애인사와 한국의 장애인사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라면서 서양과 한국의 대략적 흐름을 짚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스파르타에선 장애인이 태어나면 낭떠러지에서 버렸습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보면 꼽추(척추후만증)를 수도원에 보호하면서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뜨리려는 것을 볼 수 있죠. 장애인을 동정과 보호의 대상으로 보거나 멀리하려는 경향이 강했던 겁니다. 중세 때까지 장애를 ‘신의 벌’로 생각했다면 그 후엔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생긴다는 것을 알고 과학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사회복지 정책, 장애의학 등이 나왔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면서 풍속정화라는 이름으로 장애인들을 전부 수용소에 가뒀습니다. 외국 사람들에게 보이기 부끄럽다는 거죠. 이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문명이 발달했다고 하나 사회의식은 반대로 흘렀습니다. 현재 19세기 이후부터 나온 서양의 과학적 전통을 따라가려고 하는데 우리 선조에게 해법이 있어요.”

 

정 교수는 “불구자라는 단어를 쓴 것은 구한말 때부터로 고대에서는 장애인이란 말 대신 잔질, 독질, 폐질이라는 언어를 썼는데 이것은 더는 어찌할 수 없는 병,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를 뜻했다”라며 “전염병 걸렸을 때와는 다른 상황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태이기에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고 그 사람에게는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예전엔 질병, 전염병, 낙마로 지체장애가 되거나 의학이 발달하지 않아 갑작스러운 열로 시각이 손상되어 시각장애인이 가장 많았다”라며 “그러나 당시엔 사람이 귀하고 많은 것들을 사람이 직접 해야 했기에 장애인도 집 안에서 그만의 역할이 있었으며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고려와 조선 시대에 사신을 접대하기 위해 경복궁에서 임금이 나올 때면 임금의 앞엔 시각장애인들이 지팡이를 짚고 앞길을 유도했는데 이를 통해 임금은 백성에게 장애인을 존중하고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라면서 “시각장애인이 가장 많았던 지역은 황해도 해주로 심청전에 나오는 맹인잔치는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밝혔다.

 

▲정창권 교수는 “오히려 옛날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이 거의 없었고 개개인의 능력을 보고 인재를 찾으려 했다”라고 전했다.

 

정 교수에 의하면 당시 시각장애인은 사회적으로 많은 역할을 담당했다.

 

당시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혼자 생각을 많이 하기에 영혼이 굉장히 맑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들은 점을 치는 점복에서 많이 일했고 나라에서는 점을 잘 치는 사람에게 관직을 주기도 했습니다. 독경하는 맹인들에게는 명통시라는 단체를 만들어 주기도 했구요.

 

조선시대 때, 시각장애인 음악가는 일반적 현상이었습니다. 장악원 안에는 15명의 시각장애인이 반드시 있어야 했어요. 얼마 전 '동이'라는 사극 드라마가 있었는데 장악원이 나오는 장면에서 시각장애인은 단 한 명도 안 나왔죠. 그런데 그곳에서 비장애인은 연주할 수 없었습니다.”

▲고려대학교 교양교직부 정창권 교수
 
이어 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휠체어 탄 사람이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을 본 적 있나?”라고 묻고는 “오늘날 사극을 보면 임금과의 조정회의에 나오는 사람 중 장애인이 한 명도 없는데 조선시대에는 어느 때나 신하 중에 장애인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조선시대 왕 중에도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익히 알려진 세종대왕도 시각장애가 있었다.

 

“한글 반포 1, 2년 전 기록을 보면 세종은 그때 당시 거의 앞을 볼 수 없었어요. 조선 후기 숙종은 왼쪽 눈이 아예 안 보였고, 임진왜란 선조는 전광증이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죠. 선조 자식 중에는 장애인도 많았습니다.”

 

정 교수는 “오늘날에는 정치가 있는 자들을 향해 있는데 옛날 정치의 기준은 사회적 약자를 얼마나 잘 보살피느냐에 있었다”라며 “과거에는 중증장애인 옆집에 사는 사람이 장애인을 보살폈고 이로써 그 사람은 부역·잡역 등 세금을 일체 면제받았다. 이는 오늘날의 활동보조제도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정책을 통해 사회 연대의식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또한 장애인을 학대하면 멍석말이 후 동네에서 쫓겨났다”라며 “만약 장애인이 범죄를 일으키면 장애인이 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 그 처지를 생각해 감형이 이뤄지고 장애인은 연좌제에서도 제외됐다”라고 밝혔다.

 

90분여의 강의가 마무리된 뒤 참여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현재 광화문역에서 농성 중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와 관련해 “현재 정부는 장애인을 15가지 종족과 6개 급수로 장애인을 나누고 있는데 이렇게 등급을 나눈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조선 시대 다산 철학을 보면 장애인을 중증과 경증으로 나눠 중증에 대해서는 국가 보호가 필요하고, 경증은 틀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그 사람을 위한 관직 및 포상 제도를 두어 자발적 삶을 유도한다는 이야기가 나와 있다”라며 “그런데 그 안에서 장애인 등급을 나눈다는 것은 정부의 기능적 이유 때문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날 강의는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됐으며, 앞으로 남은 장애해방학교에서는 황진미 영화평론가의 ‘영화 속 장애인’(10/24), 노동운동가 김진숙 지도위원의 ‘소금꽃나무’(10/31) 등의 강연이 매주 수요일 이어진다.

 

▲강의를 듣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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