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상] "발로 선" "휠체어 탄" 그 차이
산 넘어 산, 장애인 버스타기
참소리 자료사진
[편집자 주] 전북평화와 인권연대의 기고글에 전북시설인권연대가 17일 18일 새벽 이동권 투쟁관련해 제작해 보내온 영상을 함께 싣습니다.

장애인들이 자유로운 이동권을 위해 버스타기를 한다.
비장애인인 나는 옆에서 그냥 서 있다. 기다리던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면 장애인들은 버스를 타기위해 운전수와 교통경찰과 실랑이를 벌인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그동안 보지 않았던 것들, 머리로만 알고 있던 무수한 것들이 날아와 가슴에 콕하고 박힌다.


높은 계단, 좁은 문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 앞으로 버스가 멈춘다. 휠체어보다 좁은 버스 문이 열리면 휠체어 바퀴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높은 계단이 나타난다. 히말라야보다도 더 높아 보이는 버스 앞에서 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요구한다.

[영상] 17일 버스타기, 완산서 항의방문
- 촬영, 편집 : 전북시설인권연대
- 제작지원 : 전주영상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Play를 Click하세요


“이 버스가 노동청에 갑니까? 저 이 버스 타고 가겠습니다.”
“지금 승차거부 하는 겁니까? 신고하겠습니다. 장애인도 버스 탈 권리가 있어요!”

그렇지만 이 버스는 태어나면서부터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버스 운전수에게 물어봤다.

“이 버스에 장애인들을 태운 적이 있나요?”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럼 버스 회사에서 장애인 승객에 대한 안내나 지침도 없나요?”
“그런 거 없죠.”

버스의 문은 좁을 수밖에 없고, 계단은 높을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아, 들리지 않아~
버스에 타겠노라고 장애인들이 버스를 멈추자 교통경찰이 오더니 아예 장애인들은 없는 사람 취급한다.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그들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은 채 버스를 보내고 시청에 연락하더니 장애인들이 탈 수 있는 차를 보내달란다. 장애인들을 향한 그 오만함에 기가 막혀서 “이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요?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거에요? 왜 이 사람들 의견은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하는 거에요?”라고 따졌다. 비장애인인 내가 따지고 나서자 그 때서야 “제가 시청에 먼저 연락을 했어요. 차가 올 거니까 그것 타고 이동합시다. 목적지까지 데려다 드릴께요.”라고 대답한다.

교통경찰, 버스 운전수는 장애인들과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미리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직접 할 이야기를 옆에 서있는 나더러 전하란다. 나는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신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저 분들이 뭘 말하는 지 직접 듣고 직접 이야기 나누세요.”

▲버스를 타는 사람과 타지 못하는 사람



웃으면서 반말, 마음대로 스킨쉽
버스 한 대가 멈췄다.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올라탄 후 장애인 한 분이 버스 행선지를 묻자 문을 닫아버린다. 이에 그 분은 화가 났고, 휠체어로 버스를 가로 막고 사과를 요구한다. 저쪽에서 짠~하고 나타난 교통경찰은 오자마자 무슨 일인지는 묻지도 않은 채 처음보는 장애인들에게 괜히 친한 척 하며 얼굴 여기저기를 만지고, 어깨와 등을 쓰다듬으며 반말을 한다.

“어디서 왔어? 여기서 뭐해?”
“도로로 나가면 위험하니까 자, 안으로 들어가.”

마치 강아지나 억지를 부리는 아이를 대하는 듯하다. 애초에 이야기를 나눌 생각조차 갖고 있지 않던 경찰들은 살살 웃으면서 어르고 달래다가 급기야는 휠체어를 잡고 억지로 빼내려고 한다. “이 분들 자기 의지로 움직일 수 있거든요. 함부로 만지지 마요.”라고 소리를 지르자 경찰은 “이 사람들 도로에서 나오라고 이야기 좀 하세요.”란다. 자신들의 요구만 밝히는 말이지만 나에게는 존대다. 장애인들 앞에서 나에게 날아오는 이 존대가 미안하고 민망하다. 휠체어에 앉은 이 사람들과 나의 이 차이는 도대체 뭐냐고.

▲휠체어는 장애인들에게 몸의 일부다. 버스 출발에 방해가 된다며 휠체어를 강제로 끌어내는 경찰



서로 양보해야지
오랫동안 버스가 멈춰있자 버스 안에 있던 승객들은 다른 버스를 타기 위해 내린다. 승객 중의 한 분 굉장히 부드럽게 말씀하신다.

“그래, 장애인도 버스를 탈 수 있어야 하지만 다른 승객들이 불편하잖아. 당신들도 양보를 해야지.”

대체 무엇을 양보하란 말인가. 그동안 장애인들은 집과 시설 이외의 모든 세상을 비장애인에게 강제로 양보해왔다. 온통 비장애인들의 세상에서 버스 좀 타자는 것이, 누구에게나 편한 저상버스 도입하자는 것이 장애인들의 욕심이라는 듯 ‘양보’를 요구한다. 상냥하게 이야기하든, 사납게 이야기하든 장애인들에게 양보를 말하는 것은 버스 탈 생각하지 말고 집에 들어가서 조용히 있으라는 이야기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산 넘어 산, 장애인 버스타기
이 외에도 휠체어로는 내릴 수도 오를 수도 없는 직각으로 떨어져 내리는 버스 정류장의 턱, “이제 소란 그만 피우고 집에 들어가세요.”라는 말, 불쌍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착한 사람들 등 버스타기를 하는 동안 온갖 편견과 차별이 아찔하게 펼쳐진다. 이것을 확인하는 버스타기 시간은 그래서 괴롭다. 나에게 빨간약을 먹이고서 "장애인들의 Real World에 온 것을 환영하네."라고 말하는 듯하다.

장애인의 자유로운, 평등한 이동권은 더 많은 저상버스 운행으로만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높다란 편견의 산과 넓고 깊은 차별의 물을 건너야 하는 싸움이라고.

관련기사

· [기자수첩] 계단을 기어오르는 사람들
· [2신 대체] 서장, 유감표명 재발방지 약속
· 완산경찰서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 "올라갈 수 있는 사람만 타는 버스 아니다"
· "휠체어 갖고 어떻게 타요?"
· "매년 두대씩 늘려 법대로 하려면 60년 걸려"
· 장애인 이동편의수단 7개 시군 21대뿐
· 교통약자 이동권 위한 계획 수립 촉구



2008-10-20 01:00:42   임재은  기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1.31 KBS전주_시사전북 맞수맞짱] 끝나지 않은 전쟁-자림복지재단 두 번째 이야기(축약)

[15.1.31 KBS전주_시사전북 맞수맞짱] 끝나지 않은 전쟁-자림복지재단, 두 번째 이야기(2)

[15.1.31 KBS전주_시사전북 맞수맞짱] 끝나지 않은 전쟁-자림복지재단, 두 번째 이야기(1)

[15.1.17 KBS전주] 시사전북 맞수맞짱 "끝나지않은 전쟁, 전주자림복지재단"2

[15.1.17 KBS전주] 시사전북 맞수맞짱 "끝나지않은 전쟁, 전주자림복지재단"1

234

  • 234
  • 2011-10-19
  • 조회 수 4757

[전북일보]"삼천서 산책하고 싶어요" [29]

[장애in소리][영상] 분리가 아닌 함께 [22]

[함께걸음]머리 조아리기는 했지만... [8]

[함께걸음]횡령 공무원과 석암재단 관계, 특별감사 실시 [28]

[함께걸음]장애수당 횡령사건 대책위원회 현장조사 전문

장애인 보조금 횡령에 뿔난 장애인들, 구청 항의방문 [26]

감동_미국을 감동시킨 아버지의 사랑,,,(아름다운 동행) [33]

[참소리][기고] [영상] "발로 선" "휠체어 탄" 그 차이

롯데 자이언츠 감동의 시각장애인 팬

중증장애인 도로 점거, 왜?

[지식채널e]기륭전자3년

2008 행동하라 비디오로 액션V 전주편2

[동영상]촛불항쟁

2008 행동하라 비디오로 액션V 전주편1 [장애 IN 소리]

[전주MBC]시청자제작 열려라TV

[동영상]장애인차별철폐의날 선포식

[동영상]5월 31일 전주 촛불문화제 스케치

[동영상]장관고시강행! 분노한 전주시민


오늘 :
246 / 5,111
어제 :
554 / 15,038
전체 :
374,017 / 16,280,64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