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자원봉사와 성매매 결코 대안 아니다
장애인의 성, 욕구적 측면은 한 단면일 뿐
보다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부터 풀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2-01 10:57:49
영화 <섹스 볼란티어>와 <핑크 팰리스>의 포스터와 책 <섹스 자원봉사>의 표지.
에이블포토로 보기▲영화 <섹스 볼란티어>와 <핑크 팰리스>의 포스터와 책 <섹스 자원봉사>의 표지.
우리나라에서 권리로서의 장애인의 성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시기는 2004년 10월 척수장애 여성인 고 이선희씨가 누드사진집을 내고, 이것이 에이블뉴스에 소개되면서부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후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2004년 12월에 다큐영화 <핑크 팰리스>가 제작되고 2005년 한 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같은 해 2월 일본에서 출판된 <섹스 자원봉사: 억눌린 장애인의 성>이란 책이 국내에 번역 출판되면서 더욱 이슈화되었습니다.

같은 시기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활동가로 일했던 장애인푸른아우성(cafe.daum.net/beutysex21)이 생기면서 본인 또한 권리로서의 장애인의 성을 이슈화시키는데 한 몫을 담당했으며 그 한복판에 서 있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2006년에도 이어져서 본인이 일하던 곳에 4월 장애인의 날을 즈음하여 언론에서 유난히 행사촬영 요청과 인터뷰 요청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2007년에는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서 장애청년드림팀이라는 해외연수프로그램에서 독일과 네덜란드에서의 장애인의 성적권리 보장을 위한 구체적 지원 현황을 소개하는 단계까지 이르렀습니다.

또한 공식적인 세미나석상에서 성재활보조기구인 성인용품전시회(법적으로는 아직까지 성인용품 제조와 판매는 불법이다)가 열리고 장애인차별금지법상에 장애인의 성적권리보장을 위한 조항까지 포함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달리 말하면 음지에서 비공식적으로만 논의되던 권리로서의 장애인의 성이 양지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2004년 이전까지 장애인의 성은 권리적 측면보다는 지적 자폐성장애인의 성폭력문제 공개적인 자위행위와 같은 각종 문제행동, 강제적 불임시술 등 억압과 착취 치료와 교정적 측면이 강조돼 왔습니다. 물론 지금도 장애인의 성에서 앞서 언급한 측면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권리적인 측면도 강조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상대적으로 터부시되고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던 지적 자폐성장애인의 결혼이나 성적욕구해소를 위해 성인용품 도구를 도입하는 생활시설까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활동가로서 장애인의 성적향유권에 대해서 이슈화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장애인에 성하면 발달장애인(지적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이나 성적문제행동에 대한 측면만이 부각되어온 현실에서(결코 중요성이나 심각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한발 더 나가 향유권적 측면의 중요성도 부각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은 장애인 성적권리에 대한 사건들이 이슈화 될 때마다 있었습니다. 故 이선희씨가 누드집을 냈을 때나 <섹스 볼란티어: 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 이전에 <핑크 팰리스>라는 영화가 나왔을 때, <섹스 자원봉사>라는 책이 나왔을 때도 똑같은 현상이 있었습니다. 논란 내용은 ‘성매매와 같다’, ‘역차별이다’, ‘여성에 대한 성적착취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을 것이다’, ‘여성장애인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 ‘장애인을 대상화 한다’ 등입니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또한 장애인 성분야 활동가로서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장애인의 성에 대한 근본문제들인 이동권, 교육권, 취업권, 사회 참여권 등의 문제들은 빠진 째 욕구해소의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입니다. 성은 욕구적 측면이외에 심리적 사회적 인간관계적 측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성도 이 모든 측면을 고려해서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둘째는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에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 성문화 형성에 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섹스 볼란티어>와 같은 영화가 반가우면서도 심각한 우려가 되고 비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작년 7월 21일 조선일보 문화면에 <음지에서 피어나는 장애인 성도우미>란 제목의 기사에 섹스 볼란티어>가 소개되면서(소개하면서 국내 모 성인사이트에 개설된 장애인 성도우미 카페들도 소개되었다) 이 기사 때문에 본인이 활동가로 있었던 카페가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회원수가 이틀 사이에 100명 가까이 늘었고, 이들 대부분이 남성비장애인들이었습니다. 섹스 자원봉사를 해보고 싶다거나 도움을 주고 싶다는 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본 카페는 성 도우미를 연결해주는 곳이 아니며 그것이 장애인 성에 대한 전부가 아니며 결코 대안도 될 수 없음을 밝히고 문제가 되었던 국내 뭐 성인사이트까지 찾아서 성도우미에 대한 실체를 바르게 알렸고 나서야 겨우 진정되었습니다.(성 도우미를 구하는 사람의 100%가 남성이었다).

특히 본인이 조경덕 감독님께 정식으로 반론을 제기하고 정정을 요구하는 부분은 영화 블로그 비하인드 스토리 인터뷰에서 ‘극중 주인공의 사례도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에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대답하신 부분입니다.

직접 활동가로 일하는 사람으로서 전혀 그런 경우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익명 상담이나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아주 드물게 접한 적은 있음) 그렇지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할 정도로 흔한 일은 절대로 아닙니다. 서로가 감정을 가지고 (원나잇이라고 해도) 원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영화에서처럼 순수하게 자원봉사로서 성관계를 하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더군다나 비장애여성이 남성장애인에게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은 남녀의 성차이 때문에라도 정말 특별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감독님 인터뷰는 마치 장애인들 사이에서 섹스자원봉사가 흔하게 있는 일로 받아들여져서 장애인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게 됩니다.

또한 성매매여성의 이야기도 나오는데 장애인의 성욕구해소를 위해서 성매매를 합법화해야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있는데 장애인의 성욕구 해소와 성매매는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성매매는 성을 상품화하는 것이며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장애인의 성적향유권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 방법이 성매매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성매매가 합법화되면 여성장애인들이 피해여성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장애인의 성욕구해소를 위해서 성매매가 합법화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합쳐지면 ‘장애인들은 성 욕구를 해소 못해서 안달난 사람들’ ‘장애인은 성폭력 해도 괜찮겠구나’ ‘장애인들만 성 욕구 해소 못하느냐, 비장애인도 욕구해소 못하는 사람들 많다’ 등의 인식을 심어주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문제들(장애인 성폭력과 성적 문제행동)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을 세우기도 힘들어지고, 욕구해소를 위한 다른 대안(성인용품 개발과 가상현실을 이용한 섹스)을 도입하기도 힘들어집니다.

장애인의 성적향유권 분명히 존중되어야하고 누려져야 합니다. 하지만 욕구적 측면은 장애인 성에 있어서 중요한 여러 가지 문제 중 한 부분일 뿐입니다. 보다 근본적이고 중요한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기사를 접할 때 마다 제가 5년 넘게 활동하면서 장애인의 성에 대해서 인식을 개선하고 알려내는 노력보다 이런 단면만을 보여주는 기사나 영화가 더욱 큰 파급력을 보이는 걸 느끼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감독님께서 에이블뉴스와의 인터뷰 마지막 부분에 “중요한 것은 성적 욕구의 해소가 아니라 감정의 교류, 감정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하셨는데, 맞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서 그려진 욕구적 측면은 장애인의 성에 있어서 중요한 여러 가지 문제 중 한부분일 뿐이고 섹스자원봉사나 성매매가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글은 장애인푸른아우성에서 상담팀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고, 현재는 한국제나가족지원센터에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강사양성과정 연수 중에 있는 구자윤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위 손가락을 누르면 보다 많은 분들이 기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전 국민이 즐겨보는 장애인 & 복지 뉴스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기고/구자윤 (gjy78@hanmail.net)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새만금일보]장애인 콜택시 철저한 관리감독 필요 [25]

장애인 콜택시 철저한 관리감독 필요 정경재 기자 ㅣ 기사입력 2013/01/30 [09:06]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9일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주시 장애인특별운송사업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이날 전북연대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

[비마이너] 고 김주영 활동가 사망사건 성명 잇따라

고 김주영 활동가 사망사건 성명 잇따라 “다시는 고인과 같은 억울한 죽음 되풀이 되지 말아야" 고 김주영 동지 장례위원 개인과 단체 모집 2012.10.26 22:51 입력 ▲고 김주영 활동가. 26일 새벽 일어난 화재로 숨진 고 김주영 활동가(34세, 뇌병변장애 1급) ...

[비마이너]"전주시 장애인콜택시, 불편해서 더는 못탄다" [69]

"전주시 장애인콜택시, 불편해서 더는 못탄다" 전북장차연, 장애인콜택시 집단 민원 제기 개인 용도로 장애인콜택시 사용 중이라는 제보까지 들어와 2013.01.29 17:14 입력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민원 접수에 앞서 29일 이른 10시 30분 전주시청 앞에서 ...

[비마이너] 장애등급제 폐지의 미래, 노르웨이에서 보다

장애등급제 폐지의 미래, 노르웨이에서 보다 광화문역 농성장에서 '노르웨이 장애인 복지정책' 현장 강의 "보편적·포괄적 복지로 장애인만을 위한 법이나 제도 없어" 2012.10.24 22:46 입력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 65일째 농성 중인 광화문역...

[able-news]섹스자원봉사와 성매매 결코 대안 아니다 [95]

섹스자원봉사와 성매매 결코 대안 아니다장애인의 성, 욕구적 측면은 한 단면일 뿐 보다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부터 풀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2-01 10:57:49 와 의 포스터와 책 의 표지. " src="http://www.ablenews.co.kr/news/newsimages/new...


오늘 :
28 / 78
어제 :
229 / 786
전체 :
566,669 / 18,830,28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