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활동보조 외면한 정부가 원흉"
 
장애해방운동가 고 김주영 동지 추모식 열려
"활동보조인이 없어 죽어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

2012.10.29 20:31 입력

 

▲장애해방운동가 고 김주영 동지 추모식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29일 늦은 3시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렸다.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뒤 혼자 집에 있다가 지난 26일 새벽 2시께 화재로 숨진 고 김주영 활동가 추모식이 29일 늦은 3시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서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성동센터) 최진영 소장은 “그날 밤 화재가 났을 때 옆에 활동보조인만 있었어도 김주영 동지는 그리 가지는 않았다”라면서 “손가락 정도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데 불이 났을 때 얼마나 무섭고 얼마나 두려웠을까. 또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억울하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최 소장은 “더 이상 우리를, 중증장애인들을 한겨울에 수도관이 터져 얼어 죽게 하거나 불에 타서 죽게 하지 말아 주십시오. 제발 우리를, 중증장애인들을 사람으로 봐 주십시오”라면서 “김주영 동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외롭지 않게 살아 있는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분노로 이 나라 정부에 꼭 보여줍시다”라고 강조했다.

 

고 김주영 활동가의 삶에 대해 성동센터 김희정 활동가는 “2005년 당시 활동보조 제도조차 없었던 환경에서 그녀는 가족의 짐이 되는 삶도 시설에서 한평생을 보호받는 삶도 거부하고 목숨을 건 자립생활을 시작했다”라면서 “혼자서는 살림은 물론, 식사나 용변, 옷 갈아입고 휠체어에서 내리기도 어려운 중증의 장애가 있는 여성으로서 누구보다 활동보조인의 절실함을 알았던 그녀였기에, 2006년 시작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활동보조제도화 투쟁에 누구보다 열심히 참가하기 시작했다”라고 회상했다.

 

김 활동가는 “그녀와 동지들의 치열한 투쟁을 통해 그녀는 지난해부터 한 달 360시간, 하루 12시간꼴로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라면서 “하지만 24시간 활동보조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그녀의 자립생활은 여전히 목숨을 건 모험이었고, 2012년 10월 26일 새벽 활동보조가 없어 화재에 대피하지 못하고 방안에서 숨졌다”라고 전했다.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대희 소장이 "김주영 동지의 죽음은 화재가 원인이 아니라 그녀가 간절하게 외쳤던 24시간 활동보조 지원을 예산의 논리로 외면하고 무시한 정부가 원흉"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대희 소장은 “김주영 동지의 죽음은 화재가 원인이 아니라 그녀가 간절하게 외쳤던 24시간 활동보조 지원을 예산의 논리로 외면하고 무시한 정부가 원흉”이라면서 “김주영 동지는 추모식보다는 그녀가 이루지 못했던 24시간 활동보조가 이뤄지기를 바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그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24시간 활동보조가 필요한 장애인이 24시간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함께 해 달라”라면서 “김주영 동지는 더는 활동보조가 필요 없는 그곳에서 우리의 염원이었던 24시간 활동보조를 이뤄내는 것을 지켜봐 달라”라고 추모했다.

 

진보신당 안효상 공동대표는 “그녀의 죽음은 우리 마음에 큰 돌덩이가 되어 뛰어들었다”라면서 “고인은 개인의 꿈을 가로막는 제도와 싸우다가 바로 그 이유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더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안 공동대표는 “또한 앞서 말한 이유로 우리와 고인의 이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면서 “고인과 이별하기 위해서는 장애해방을 가로막는 모든 장벽과 맞서 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미희 의원(통합진보당)은 “국회로 들어와 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이 남고 있음에도 장애인들이 충분히 활동보조를 받지 못하고 활동보조인 또한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일을 하는 등 문제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라면서 “그래서 활동지원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24시간이 아니라 일본처럼 48시간(24시간 동안 2명의 활동보조인을 지원하는 것을 말함)까지 장애인의 생활시간을 보장하고 활동보조인의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데 공감한다”라면서 “세금을 정당하게 쓰지 않고 장애인을 괴롭힌 현 정부가 새로운 정부로 바꿀 수 있도록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은 “활동보조를 이용하는 많은 장애인이 김주영 동지처럼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죽어가고 있음에도 복지부는 5만 명분의 예산을 확보해놓고도 진짜로 활동보조가 필요한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구분하겠다며 3만5천여 명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면서 “더구나 지금 받고 있는 활동보조마저도 적절한지 재심사를 하겠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활동지원서비스가 제도화되었다고 하나 활동보조인이 없어 죽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서 “비록 김주영 동지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활동보조가 이대로는 안 된다고, 더 투쟁하라고, 활동보조가 필요한 장애인이 필요한 만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 김주영 활동가의 장례식은 30일 이른 11시 광화문광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으로 치러진다. 이후 벽제 화장터로 이동해 늦은 2시에 화장을 하고 광명시납골공원에 안치할 예정이다.

 

고 김주영 동지의 추모식에 오신 동지 여러분 감사합니다.

33세의 젊은 나이에 김주영 동지는 갔습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은데 동지는 그 일을 놓고 갔습니다. 무엇이, 누구로 인해 우린 또 한 동지를 이렇게 무참하게 보내야만 하는 건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주영 동지와 함께 활동하고 웃고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영특하고 당당하고 호기심이 많아 그만큼 열정도 많은 동지였고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무엇이, 누구로 인해 그리 가야만 했을까요.

그 날 밤 화재가 났을 때 옆에 활동보조인만 있었어도 김주영 동지는 그리 가지는 않았습니다. 손가락 정도밖에 겨우 움직일 수 없는데 불이 났을 때 얼마나 무섭고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또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억울합니다. 당당하고 강해보이지만 여린 동지였습니다. 언제나 활동보조 시간이 부족해 그 시간에 맞추다보니 하루하루 쫒기듯이 생활해 온 동지였습니다.

그날 아침 김주영 동지 어머님께서 저를 붙잡고 오열하시면서 하시던 말씀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 자식들 이렇게 태어난 것도 억울한데 한 번도 땅에 발을 디뎌본 적이 없는데 왜, 왜 그렇게 가야만 하냐고.” 어머님 말씀에 한동안 참았던 서러움의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장애인으로 태어난 게 무슨 죄인가요. 누구는 장애인으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났고 장애인으로 살고 싶어 살고 있습니까? 분명, 김주영 동지도 여기에 모인 여러 동지도 사람입니다.

제발 이 나라 정부는 들어주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우리의 절규를 .

더 이상 우리를, 중증장애인들을 한겨울에 수도관이 터져 얼어 죽게 하거나 불에 타서 죽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제발 우리를, 중증장애인들을 사람으로 봐 주십시오

김주영 동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외롭지 않게 살아 있는 우리, 중증 장애인들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분노로 이 나라 정부에 꼭 보여줍시다.

그래서 중증장애인인 우리도 처참하게 죽어가는 죽음도 삶도 아니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 봅시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의 추모사 전문

 

▲눈시울이 붉어진 추모식 참가자들.

 

▲활동보조인이 대신 추모사를 읽던 중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이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24시간 활동보조 보장을 촉구하는 참가자들.

 

 

▲추모곡으로 '민들레처럼'을 부르는 노동가수 지민주 씨.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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