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9월부터 방영, 장애인은 접근 불가
접근 불가능한 IPTV 상용화, 대책 마련해야
2008년 05월 29일 (목) 17:42:29 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IPTV, 장애인 시청권 보장 외면

조만간 IPTV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IPTV (Internet Protocol TV)는 셋톱박스에 초고속인터넷을 연결해 TV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거나 양방향 통신을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방송에서 구현하는 것을 말하며, 인터넷 TV라고 생각하면 쉽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는 것이 아니라 TV와 리모콘으로 인터넷을 하는 것이며, 지금은 방송이 지상파나 위성방송만 시청이 가능하지만, IPTV가 상용화되면 무한대의 인터넷 콘텐츠까지 모두 방송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채널을 돌리지 않고, 작은 화면을 띄어 놓는 방식으로 TV의 한 화면에서 지상파 드라마를 보고, 쇼핑을 하고, 게임도 하고, 인터넷 검색까지 모두 다 할 수 있는 방송이 IPTV인 것이다.

현재 하나로텔레콤과 KT·LG 등의 통신사들이 본격 방송에 앞서 준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왜 IPTV가 문제가 되고 있는가.
조만간 상용화 될 IPTV는 단순히 기존의 방송과 통신서비스의 일부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사람들이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을 질적으로 바꿔놓을 전망이라는 게 이 방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즉 앞으로 미디어 시청에서 IPTV가 대세가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중요한 방송인 IPTV가 조만간 상용화되는데, 한마디로 장애인들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큰 문제라는 지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 현재 IPTV의 준서비스 중인 메가티비의 시연모습. 실제 체험한 장애인들은 리모콘 문제, 화면해설과 수화통역 미비 등으로 이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진=메가티비 홈페이지)
정확한 법 이름이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이다.
IPTV 관련법인 이 법이 작년 12월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청회 등을 개최해서 6월까지 시행령을 만든 다음, 곧 IPTV를 상용화 하겠다는 일정을 잡고 있다. 통신사들에 따르면, 9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작년 이 법 제정 과정에서 장애인의 IPTV 시청권 보장과 관련해서 어떤 논의도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법 조항에 장애인의 방송 접근권과 관련된 조항이 하나도 삽입되지 않은 채 법이 제정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당시 이 법에 대한 장애인 단체들의 의견 제시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때문에 시행령이 곧 마련되고 방송 상용화 일정이 잡히면서 장애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전체 장애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주로 장애계 밖에서 미디어 운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들과, 장애계 안에서는 장애인미디어운동네트워크라는 단체가 힘을 합쳐 IPTV 본격 상용화에 앞서 장애인 등 소수자의 시청 권리를 보장하라고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입장은 전혀 긍정적이지 않고 뜨뜻미지근한 실정이다.

대안은 IPTV 관련법 개정돼야 가능

그러면 IPTV가 구체적으로 왜 문제가 되는지 알아보자. 5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장애인미디어운동네트워크 주최로 장애인의 IPTV 접근권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과 토론회가 열렸다.

이 날 토론회에서 장애인미디어운동네트워크가 장애인의 IPTV 체험단을 꾸려 IPTV 문제점을 조사해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게 시각과 청각장애인들의 방송 접근권 문제였다.

IPTV 방송을 시청하려면 화면 해설과 수화 자막 등의 장치가 반드시 필요한데, IPTV는 이를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체험 사례를 발표한 장애인들은 한결같이 초기부터 IPTV에 접근하기 어려워서 IPTV가 너무 복잡한 매체라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리모컨부터 버튼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 조작 자체가 힘들었다는 게 IPTV 시범 서비스를 체험해 본 장애인들 얘기였다.

이어 나온 지적은 장애인 등 모든 사람들이 다 시청할 수 있는 IPTV가 되려면 복지 관련 방송과 장애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송 같은 공익 프로그램이 반드시 편성되어야 하고, 장애인 등이 방송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IPTV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토론회 참석자들은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장애인 등 방송 소외계층을 소통할 수 있는 권리에서 완전히 배제시키고 있는 것이 바로 IPTV라는 게, 장애인을 비롯한 토론회 참석자들의 일치된 지적이었다.

   
▲ 지난 22일에 열린 '장애인의 IPTV 접근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모습. 장애유형별로 IPTV를 체험한 후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으나,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노력은 하겠으나 어렵다"며 장애인의 접근권 해결을 위한 대책을 전혀 내놓지 못했다 ⓒ전진호 기자
토론회에서 나온 대안을 정리하면, IPTV 도입에 있어 저렴한 가격, 즉 장애인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용료가 결정되어야 하며, 실시간 방송과 VOD 서비스 영역에 관계없이 전체 방송 콘텐츠의 일정 비율 이상에 화면 해설 및 자막방송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또 장애인 소식과 장애인이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 등 장애인 프로그램을 별도로 편성해야 하며 이들은 모두 화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어야 하고, 장애인 시청자들의 요구를 계속해서 받아들이고 반영할 수 있는 이용자 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장애인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토론회에 참석한 배영식 방송통신위원회 융합사업담당 사무관은 시각 청각 장애인들의 방송 접근권 문제는 IPTV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근거가 없어서 시행령에 담을 수 없다고 난색을 표시했다.

또 장애인 관련 방송 프로그램 편성 역시, IPTV 방송 사업자들이 방송 편성에 대한 권한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IPTV는 자체 편성권이 없고, 외부에서 방송 콘텐츠를 사와서 방송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결국 현재 IPTV 법 아래서는 장애인들의 IPTV 방송 접근권 보장이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대안이 마련되려면 IPTV 관련법에 손을 대서 고쳐야 한다는 건데, 지금 시점에서 시행하지도 않은 법을 고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정부가 괘씸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건 모든 방송은 근본적으로 공익을 지향해야 하는데, 그걸 뻔히 알면서도 IPTV 관련 법 제정 과정에서 장애인을 철저하게 배제시켰다는 것이다. IPTV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문제 제기가 가능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만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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