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심사센터, 왜 송 씨의 ‘병원 진단’ 무시했나?  

국회에서 고 송국현 씨 사망 사건 관련 토론회 열려
장애등급제 문제와 함께 ‘탈시설 긴급 지원서비스’ 필요성 지적

2014.05.08 22:1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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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현 씨 화재사망 사례로 살펴본 장애등급제와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토론회’가 8일 이른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

 

고 송국현 씨가 2010년, 2012년, 2014년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받은 병원 진단 결과가 공개됐다. 이 결과를 보면, 송 씨는 보행과 휠체어 이동, 언어적 표현 등이 불가능하며, 치매 관련 항목은 검사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는 장애심사센터가 “2012년 10월 판정 후 악화 소견 확인되지 않음”이라고 지난 2월 송 씨에게 통보한 판정 결과와 대비되는 것이다.

 

‘송국현 씨 화재사망 사례로 살펴본 장애등급제와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토론회’가 8일 이른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용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송 씨의 병원 진단 결과를 밝히며 “병원 진단을 보면 송 씨는 장애 1급에 해당하는 심한 장애를 갖고 있었다. 장애심사센터의 판정 결과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2014년 서울성모병원이 진단한 수정바델지수를 보면 송 씨는 침대에서 의자로, 의자에서 침대로 이동하는 것을 포함해 보행, 휠체어 이동이 전혀 불가능하다는 판정(0점)을 받았다. 언어능력은 발성장애로 목소리 자체가 나오지 않아 언어적 표현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치매검사에서는 말을 하지 못하고 글을 읽지 못해 검사 자체가 불가능했다. 송 씨는 오직 대소변 조절만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즉, 병원 검사 결과만을 봤을 때 송 씨는 일상생활 전 영역에서 활동지원이 필요했다. 그러나 대면심사 없이 서류만으로 이뤄지는 재심사에서 장애심사센터는 2012년과 동일하게 뇌병변장애 5급, 언어장애 3급의 ‘중복장애 3급’이라고 지난 2월 판정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장애심사센터는 왜 병원 진단을 믿지 않았나 의심스럽다”라며 “송 씨의 죽음은 장애등급제와 활동지원제도의 허점을 정확히 파고든 비극이었다”라고 지적했다.

 

# ‘장애등급제’에 묶인 활동지원서비스

 

송 씨는 지난해 10월, 24년 만에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하려 했으나, 장애 3급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서비스도 받지 못했다. 결국 송 씨는 집에 홀로 있다 발생한 화재를 피하지 못해 전신 32%, 3도 화상의 중상을 입고 자립생활 6개월 만인 지난 4월 17일 끝내 숨졌다.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필수적이지만, 현재 신청자격은 장애 1, 2급으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장애등급 재심사에서도 3급 판정을 받은 송 씨는 이 서비스를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은 장애인의 실제 삶을 고려하지 않고 행정편의로 나뉜 장애등급제가 송 씨를 죽였다고 분노하며 장애등급제의 즉각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장애등급은 활동지원서비스에 대한 ‘신청’ 자격만을 구분할 뿐 활동보조 시간 부여는 별도의 판정 체계로 운영된다. 즉, 1, 2급의 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 후 별도의 판정 체계에 따라 활동지원 시간을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받게 된다.

 

또한 기존에 장애 1, 2급 판정을 받아도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하려면 등급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재심사를 받을 경우, 등급 하락의 우려가 있어 아예 활동지원서비스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등급이 하락하면 재심사에 드는 비용은 비용대로 내야 하고, 그나마 받던 장애인연금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활동지원서비스는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음에도 ‘장애등급제’라는 제도에 묶인 채 중증장애인의 필요도와 동떨어지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현재 6만 명 정도가 활동보조를 이용하는데 이 중 1급이 5만 2000명, 2급이 8000여 명 정도다. 그런데 (장애 정도에 따라 분류되는 등급을 따르자면) 1급이 다 찬 다음에 2급이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활동보조 필요도와 장애 등급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이미 등급제는 의미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등록장애인 중 1급은 20여만 명이 넘는다.

 

따라서 남 정책실장은 “활동지원제도에서부터 등급 제한을 없애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무너지면 등급제의 존재 근거가 없어지기에 정부는 이를 지키기 위해 활동지원제도에서 여전히 등급 제한을 두고 있다”라며 “사람 살리는 제도를 정부는 사람 죽이는 데 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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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송국현 씨의 탈시설-자립생활을 지원했던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동은 활동가(가운데)

 

# 시설 장애인 대부분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어”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애등급제와 함께 탈시설 장애인을 위한 긴급지원 서비스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장애등급제 문제와 더불어 탈시설 장애인을 위한 긴급지원서비스의 부재가 송 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2005년 인권위와 복지부가 미신고시설 거주 장애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시설 입소 결과를 보면 77% 이상이 ‘자신의 선택이 아닌 타인에 의한 입소’라고 답했다.

 

2008년 서울시 조사에서는 시설에 사는 장애인 중 50% 이상이 퇴소를 희망했으며, 특히 주거, 소득, 활동보조서비스 등이 지원된다면 70% 이상이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바깥 세계와 철저히 단절된 생활을 해온 시설 거주인의 경우, 이러한 지원과 더불어 지역사회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긴급 지원체계가 별도로 필요하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임소연 활동가는 “시설에 있는 와상장애인의 경우, 수십 년 동안 침대 한 칸을 자신의 평생처럼 여기며 살아간다. 자신이 머무는 3층에서 2층으로 내려와 본 경험조차 없다.”라며 “송 씨 역시 자신이 거주했던 시설 근처의 우체국조차 가본 적 없었다.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 없어 한글을 읽지 못하고 전자기기를 처음 이용해보는 사람이 어떻게 지역사회에서 혼자 살 수 있는가.”라며 긴급 지원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 활동가는 “복지부는 시설을 조사할 때 인권 침해를 주로 다루는데 이는 ‘좋은 시설’을 만드는 격”이라고 반박하고 “좋은 시설이 아닌 탈시설 지원체계를 만들어라. 이미 탈시설에 대한 욕구도 다 나와 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에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이영재 서기관은 “불편을 느끼는 사람과 준비하는 사람 간에 시차가 있는 것 같다”라며 “점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노력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송 씨의 자립생활을 지원했던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동은 활동가는 “9일 복지부 장관 면담을 앞두고 있다. 복지부가 송 씨의 죽음에 책임을 통감한다면 분명히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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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서 김용익 의원은 고 송국현 씨가 2010년, 2012년, 2014년 총 세 차례에 걸쳐 받은 병원 진단 결과를 전하며 “병원 진단을 보면 송 씨는 장애 1급에 해당하는 심한 장애를 갖고 있었다. 장애심사센터의 판정 결과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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