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지 않겠다’, 거리로 나온 분노의 외침  

세월호 참사, 송국현 씨 등 잇따른 죽음에 분노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행진, 만민공동회 마치고 청와대로 향해

2014.05.09 20:1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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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세월호 참사, 송국현 씨 죽음 등 잇따르는 죽음에 분노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거리로 나왔다.

 

세월호 참사, 송국현(53, 중복장애 3급) 씨의 화재 사건 등 잇따르는 죽음에 많은 이가 분노한 가운데, 지난 8일 장애인들도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

 

이날 늦은 4시께 송 씨를 추모하고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의 사과를 촉구하고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동지 장례위원회 등 장애인단체 활동가 8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차려진 故 송국현 씨 추모분향소에서 ‘가만있지 않을 거야!’ 행진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세월호 참사와 송 씨의 죽음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피켓을 목에 걸거나 휠체어에 부착하고 시민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행진 대오는 서울시청 광장을 돌아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헌화한 뒤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동은 사무국장은 “송국현 씨가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에서 3차례 장애등급 심사를 받았지만, 점차 몸이 나빠진다는 병원 진단서 소견을 등급 심사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라며 “장애등급제 자체도 억울한 일이지만, 이런 악법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도 억울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도가 작동하지 않아 고인이 억울하게 죽어간 것에 분노한다.”라고 규탄했다.

 

정 사무국장은 “우리가 아무리 떠들어도 해서 송국현 씨가 살아오진 않는다. 하지만 장애인 자립생활이라도 살려내 이러한 죽음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라고 호소했다.

 

이날 행진에 함께한 에너지정의행동 타카노 사토시 활동가는 “핵발전에 반대하는 이들은 장애인과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청각장애인들은 피난방송을 듣지 못해 피폭당하고, 피난 과정에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다른 시설에서 열악하게 살아야 했다. 재앙이 열악한 사람들을 배제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타카노 활동가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근대성 논리가 핵발전소 같은 것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논리를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장애인분들이 그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수유너머N에서 활동하는 백수인 씨는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정부, 부패한 자본, 그리고 장애등급제가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욕만 했던 내가 사회적 타살의 가해자 중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이렇게 큰일이 있고 나서야 깨닫는다.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원교 공동대표는 “우리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특히 장애인들은 그간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라며 “이제 ‘누가 가만히 있으라’, ‘조용히 해라’라고 할 때, 당당히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외쳐야 한다. 투쟁으로 우리들의 힘을 보여주자.”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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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이원교 공동대표.

 

늦은 6시 20분께 광화문광장에서 행진과 정리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늦은 7시에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만민공동회에 참여했다.

 

만민공동회는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시민 1107명이 공개적으로 제안해 열렸으며,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잇따르는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행동할지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만민공동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와 송 씨의 죽음, 그 외 장애인·해고노동자·비정규직·빈민 등의 죽음은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정부와 자본의 논리 때문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사회적 약자가 투쟁할 때 함께하지 못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며 사회를 바꾸는 행동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세월호 참사에서 이윤의 논리가 앞서고 인간 존엄성은 우선하지 않아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이 죽어갔다. 송국현 씨는 장애등급 2급까지 활동보조를 지급하는 보건복지부의 돈의 논리 때문에 죽었다”라며 “장애가 있든, 가난하든 상관없이 누려야 할 생명의 존엄성이 이윤과 예산으로 계산되는 사회에서 장애인은 장애등급제로 죽어갔다. 이러한 점에서 세월호 참사와 장애인의 죽음은 마찬가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천구 주민 최석희 씨는 “세월호 참사는 자본의 무한정한 이윤 추구 때문에라고 생각하지만 노동자, 농민, 장애인들이 투쟁할 때 내 문제가 아니라고 눈 감았던 우리 책임도 있다”라며 “세월호 참사를 보며 대한민국 역사를 새로 쓸 기회로 삼지 않으면, 학살당한 아이들을 볼 면목이 없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송경동 시인은 “며칠 전 전주 버스 해고노동자가 국기 게양대에 목을 매달았고, 쌍용차 해고노동자 25명째 희생자가 나왔다. 밀양에서는 핵마피아에게 밀려나 어르신 두 명이 돌아가셨고, 장애인 동지들도 가만히 있으란 말 듣고 불타 죽었다. 이렇게 목숨, 생명, 안전, 존엄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 언제까지 이대로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시인은 “세월호 아이들이 우리에게 가만히 있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 말을 행동으로, 실천으로, 연대와 투쟁으로 지키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보여주자.”라고 호소했다.

 

이날 만민공동회 참가 시민들은 구체적 행동 방안으로 청와대로 행진해 대통령에게 분노를 보여주자고 결정하고 박근혜 퇴진, 진상규명 대책 마련 등 장기적 방안은 차후 다시 모여 정하기로 했다.

 

만민공동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늦은 10시부터 청와대로 행진을 시작했으며 장애인단체 참가자들도 이에 함께 했다. 장애인 대오가 경복궁역을 지나 청와대로 향하던 도중 경찰이 막아서서 약 1시간 동안 충돌이 있었다. 경찰은 활동가들을 방패로 가격하는 등 강압적인 진압으로 행진 대오와 주변 시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경찰의 저지로 청와대에 이르지 못한 장애인단체 참가자들은 밤 11시 50분께 경복궁역에서 일정을 마무리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KBS에 항의하고자 여의도 한국방송공사 정문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 항의 집회에 결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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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을 시작하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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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광장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묵념하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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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에서 나와 광화문으로 행진하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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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으로 향하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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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정리집회하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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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7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만민공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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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공동회에 참가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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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박김영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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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사건과 세월호 참사를 규탄하는 손피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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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공동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어 발언자의 제안에 찬성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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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공동회를 마치고 청와대로 향하는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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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 향하는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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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막아선 경찰에 항의하는 장애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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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막아서서 차도에 고립된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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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전동휠체어를 들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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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저지로 청와대로 향하지 못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경복궁역 앞에서 이날 집회를 마무리하고 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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