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입원 허용하는 정신보건법,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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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의 인권회복과 복지서비스 개혁 토론회 열려
"정신보건센터, 의료기관 입원수익의 도구로 전락"

2012.12.07 19:53 입력

 

▲'정신장애인의 인권회복과 복지서비스 개혁을 위한 토론회'가 7일 늦은 2시 전문건설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당사자의 동의 없는 입원을 허용하는 반인권적인 정신보건법을 폐지하고 인권 존중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정신건강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보호의무자 동의와 함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 없이도 강제 입원을 허용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의 인권회복과 복지서비스 개혁을 위한 토론회’가 한국정신장애연대(KAMI),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소수자연대,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 김용익 의원(민주통합당)실 주최로 7일 늦은 2시 서울 대방동 전문건설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은 “한국은 정신과 입원환자의 80%가량이 타의에 의한 강제입원이고, 2009년도 기준으로 정신과 퇴원환자의 평균 입원일수가 101.6일로 독일 24.2일, 네덜란드 19.7일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초장기 입원을 하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이는 퇴원하지 않는 사람은 제외한 통계이므로 실제로는 더 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사무총장은 “또한 2011년 기준으로 정신장애인의 월 평균 수입은 전체 장애인 평균 81만2천 원보다 훨씬 적은 37만5천 원에 불과하며, 이중 근로소득은 5만 원에 불과하다”라면서 “이는 각종 법률에서 정신장애인의 취업과 사회활동을 제한하면서 장애인복지법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 사무총장은 “이에 따라 현재 정신장애인에게 적용하는 유일한 법은 정신보건법인데 이 법은 의료적 모델 관점에서 정신장애인을 치료 대상, 병원으로 가야만 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비자의 강제입원까지 허용하고 있다”라면서 “강제입원은 장애인에 대한 건강서비스는 자유로운 사전 동의에 기초해야 한다고 규정한 장애인권리협약에 반하는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권 사무총장은 “따라서 현행 정신보건법은 폐지한 뒤 가칭 ‘국민정신건강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자살예방 및 정신보건센터 등의 활동과 지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입원과 진료에 대한 내용은 의료법에서 규정해야 한다”라면서 “아울러 정신장애인의 권리와 복지 등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기조 강연 중인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

 

가톨릭대 사회복지대학원 이용표 원장은 “우리나라 공공 정신보건전달체계의 최일선 조직은 보건소에 부속된 정신보건센터이며, 원래는 정신장애인의 입원을 억제하고 퇴원한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했다”라면서 “이러한 목적을 가진 정신보건센터는 정신보건법이 시행된 1997년부터 2010년까지 15개소에서 160개소로 빠르게 늘었지만 성과는 예상과 다르게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정신보건센터가 설치된 원년인 1997년에 정신의료기관 병상수는 2만 8551개에 불과했으나, 2010년에는 7만 6018개로 늘었는데 이는 정신보건센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주된 원인은 정신보건센터가 공공직영이 아니라 정신의료기관 운영법인에 위탁됨으로써 정신의료기관의 입원수익 이해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원장은 “정신장애인의 입원과정에서 인권보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라며 “현행 제도에서는 인권보장을 위한 3자의 심사제도가 개입할 여지가 극도로 축소되고 가족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판단에 의해 당사자의 소명도 없이 강제로 입원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따라서 기존 정신보건센터를 공공 일시보호시설이나 쉼터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기능을 변경하고, 상대적으로 인권보호장치가 강화된 응급입원제도를 통해 불가피하게 입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적정하게 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서동운 사무국장이 정신장애인의 인권침해 사례를 이야기하는 모습.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서동운 사무국장은 “남편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을 당했던 주부 ㄱ씨가 수차례 의료진에게 아무런 장애가 없다고 진정했으나 아무도 그 말을 듣지 않아 탈출한 뒤 의료진을 고소했지만, 법원은 그들에게 죄를 없다고 판결한 사건이 있었다”라면서 “이처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 돼 인권을 유린당했다는 주장은 그동안 숱하게 제기됐었다”라고 전했다.

 

서 사무국장은 “정신병원 강제입원은 말 그대로 납치 행위와 마찬가지”라면서 “또한 정신병원보다 더 열악한 곳은 미인가시설인데, 이들 시설은 기도원 등 종교시설이라는 이유로 사회복지 관리체계에서 벗어나 지적·정신·지체 장애인과 알코올중독자 등을 수용한 뒤 1인당 매달 몇십만 원씩 돈을 받고 말을 듣지 않으면 기도실 등에 가두고 멋대로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여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 허진 이사는 “사실 정신장애인의 강제입원과 탈원화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된 사항인데 이제는 소극적인 문제 제기가 아니라 적극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정신장애인의 인권이 적극적으로 보장되어야만 탈원화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허 이사는 “하지만 정신장애인의 경우 당사자들이 조직되지 않아 범장애인계가 참여해 만든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도 정신장애인 문제는 추상적으로만 반영되었다”라면서 “따라서 오늘 토론회를 주최한 단위들끼리 일단 모여서라도 정신장애인 문제를 해결할 실무그룹 또는 연대회의를 꾸릴 것을 이 자리에서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정신장애연대 김정진 회장은 “영화 ‘26년’에서 ‘살아도 살 수 없는 삶’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정신장애인의 삶도 이와 마찬가지”라면서 “정신장애인은 치료만 받아도 이력이 남을 뿐만 아니라 여러 법률이 정신장애인의 직업 활동과 사회 참여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러한 사회적 장벽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정신보건 분야의 개혁이 필요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극심하게 충돌하는 영역이라서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은 11만여 명(등록장애인은 9만5천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총 입원환자 수는 7만 8637명, 이중 자의로 입원한 사람은 21.4%인 1만 6833명이다. 병상 수는 9만 3932개, 정신요양시설 거주자는 1만3천여 명에 이른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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