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균도와 세상걷기’ 담은 책 『우리 균도』 발간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 아들이 갈 곳 없어 함께 손잡고 나섰던 세상
‘장애인의 부모’가 ‘장애인운동가’에서 ‘탈핵 운동가’가 되기까지

2015.03.09 22:27 입력 | 2015.03.10 17:51 수정



발달장애인인 이균도 씨와 그의 아버지 이진섭 씨가 발달장애인 가족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걸었던 3000km의 국토대장정 이야기를 담은 책 『우리 균도­-느리게 자라는 아이』(이진섭 저, 후마니타스)가 9일 발간됐다.

 

지난해 10월, 탈핵 운동에 실로 한 획을 그은 사건이 일어났다. 이 씨 가족이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을 상대로 자신들에게 발병한 갑상선암, 직장암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해 이 씨 가족이 일부 승소하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진섭 씨는 탈핵운동가이기 전에 장애인운동가이자 ‘균도 아빠’로 더 유명하다. 그는 성인 발달장애인의 현실과 발달장애인 가족의 고통을 알리며 전국 방방곡곡을 걸은 사람이다. 『우리 균도­』는 바로 그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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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균도』 표지

책은 1부 발달장애인 아들 균도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2부에선 3000km의 국토대장정 이야기, 3부에선 갈 곳 없는 성인 발달장애인의 삶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루고 있다. 4부에선 장애인 운동이 탈핵 운동으로 진화하면서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게 된 이야기를 다룬다. 균도 부자를 오랫동안 보아온 장애인인터넷언론 『비마이너』의 김유미 기자,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김현우 상임연구원 등의 글이 더해지면서 책의 내용은 더욱 풍성해졌다.

 

이진섭 씨의 아들 이균도 씨는 1992년 고리 원전 근처에서 태어났다. 아빠 말에 의하면, 균도는 뒤집기 전에 앉았고 기어 다니기 전에 일어섰다. 돌날 아침 삼촌과 걸으며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하지만 돌이 지나도 옹알이만 하고 말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부모는 그저 언어가 조금 늦은 줄로만 알았으나 병원은 그에게 자폐 진단을 내린다. 그러나 아들에게 장애 등급을 받게 하는 건 낙인이자 멍에를 지우는 것으로 생각했던 부모는 장애 등급 받는 것을 한사코 미루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아들 균도에게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서 부모는 아들의 장애를 인정해야 했고, 아들은 자폐 1급 판정을 받는다.

 

이러한 아들의 삶으로 아버지 이진섭 씨는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가 사회복지사가 되는 동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아들이 갈 곳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진섭 씨는 균도 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2011년, 복지관과 집 말고는 갈 곳 없는 아들을 보다 못해 손을 잡고 함께 길을 나섰다.

 

그 길로 2011년 부산에서 서울까지 600km, 부산에서 광주까지 600km, 이듬해에는 광주에서 서울까지 500km, 부산에서 강원도를 거쳐 서울까지 800km. 그리고 2013년 5월엔 제주 올레길 500km를 걷는다. 지나온 발자국을 되돌아보니 3000km다. 길을 걸으며 균도 부자는 그들처럼 고통 겪고 있던 장애인 부모들을 만났고 한진, 쌍용, 재능 해고노동자 등과도 만나며 아픔을 나누고 연대할 수 있었다. 그 힘을 받아 2014년엔 태국, 올해엔 일본까지, 한반도를 누비며 걷던 걸음이 세계를 향했다.

 

그러나 대장정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성인 발달장애인인 균도가 갈 수 있는 곳은 여전히 복지관과 집뿐이었다. 이진섭 씨의 고민이 자꾸 사회를 향하게 되는 이유다.

 

또한 자신이 직장암에 걸리고 균도 엄마가 갑상선암을 얻게 되면서 평생을 고리 원전 근처에 살았던 가족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된다. 이균도 씨 또한 고리 원전 인근에서 태어난 점을 되짚으며 장애와 원전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네 번째 ‘균도와 세상걷기’부터는 발달장애인법 원안 통과, 부양의무제 폐지와 더불어 탈핵을 외친다. 그렇게 장애인운동가는 탈핵 운동가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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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세 번째 '균도와 세상걷기' 때의 균도 부자

 

이진섭 씨가 ‘이 사람을 보며 장애인 운동을 배운다’며 존경을 표한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균도 부자의 세상걷기는 우리 균도가 가족을 넘어 세상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실험과 같다”라면서 “우리 균도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집이나 생활시설에 갇히지 않고 세상 속에 나와 사람들과 뒤섞이면 좋겠다. 그렇다면 세상은 그만큼 살 만한 곳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 균도­』 발간과 더불어 오는 3월 18일 저녁 7시에는 인권중심 사람에서 비마이너 주최로 이진섭 씨의 첫 번째 출판기념 강연회가 열린다. 이진섭 씨는 5년에 걸쳐 ‘균도와 세상걷기’를 진행하면서, 그 이야기를 비마이너에 연재해왔다. 한편 이진섭 씨는 이후에도 서울과 부산에서 책 발간 북콘서트를 통해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비마이너 창간 5주년 및 『우리 균도­』 출판 기념 강연회 신청 http://goo.gl/forms/WXYC1HSiZp
- 『우리 균도­』 온라인 구매 http://goo.gl/MPO5J0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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