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3 21:22 입력
‘장애해방운동가 고 김주영 동지 49재’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13일 늦은 5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역 농성장에서 열렸다.
고 김주영 활동가는 지난 10월 26일 새벽 2시께 집에 불이 나자 터치펜을 입에 물고 직접 119에 신고를 했으나, 활동보조인이 없어 연기를 피하지 못하고 질식사했다. 이후 고 김주영 활동가의 죽음으로 하루 24시간 활동보조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어났으며, 각 대선후보는 24시간 활동보조 보장을 공약으로 받아들였다.
이날 49재에서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은 “주영이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여전히 실감 나지 않아 광화문역 농성장에 올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라면서 “그리고 오늘 파주 장애인 남매 남동생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도대체 이 나라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라고 질타했다.
최 소장은 “이렇게 돈이 없고 활동보조인이 없어 장애인들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올해 활동지원 예산은 800억 원 가까이 남았다”라면서 “정부에 우리도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도 국민이라는 것을 함께 싸우면서 똑똑하게 보여주자”라고 강조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박홍구 서울지부장은 “예전에 김주영 활동가가 늘 사람으로 붐비는 군자역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한 아저씨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었고 이에 항의했더니 그 사람이 김주영 활동가에게 침까지 뱉은 사건이 있었다”라면서 “그래서 그 사람으로부터 사과를 받기 위해 함께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는데, 이처럼 그녀는 항상 자신의 여건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박 서울지부장은 “이제 김주영 동지는 24시간 활동보조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됐다”라면서 “김주영 동지를 끝까지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김주영 동지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활동보조 24시간을 반드시 쟁취하자”라고 강조했다.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경미 활동가는 “추모 발언을 하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망설였는데 결국 이 자리에 나오니 눈물이 난다”라면서 “눈앞에 불이 활활 타오르는 데 활동보조인이 없어 피할 수 없었던 주영이는 얼마나 무서웠을까?”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은 “정태수, 최옥란 열사 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운 분들이며 이 때문에 더욱 마음의 결의를 모아야겠다고 다짐하게 한다”라면서 “이 자리는 열사의 죽음을 슬퍼하는 자리가 아니라 열사의 뜻을 되새기면서 어떻게 하면 민중과 함께 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의 손으로 장애해방을 이룰 것인가를 결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가수 박준 씨의 추모공연이 이어졌다. 박준 씨는 ‘임을 위한 행진곡’, ‘편지 5’, ‘장애해방가’를 부르며 고 김주영 활동가의 넋을 추모했다. 박준 씨는 ‘편지 5’를 부르기에 앞서 “김주영 활동가가 얼마나 어머니를 보고 싶겠냐?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을 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한 시간가량 진행한 이날 49재는 참가자들이 차례로 고 김주영 활동가의 영정에 헌화와 분향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