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탈락 할머니 두 번 죽인 복지부, 규탄한다"
 
공동행동, 복지부 알림석에 계란 던지며 강력 항의
복지부, "소득 자료는 사실이지만 최대로 공제한 사실은 빠져"

2012.10.25 15:19 입력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보건복지부 알림석에 계란을 던지며 항의하고 있다.

 

수급 탈락 후 지난 8월 7일 거제시청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아무개 할머니의 딸부부가 고소득이면서도 부양을 회피한 것처럼 발표한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주최로 25일 이른 11시 복지부 앞에서 열린 복지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복지부 장관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강하게 요구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복지부 알림석에 계란을 던지며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 7일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정책비전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이 씨 할머니 사례를 언급하자, 복지부는 이날 밤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813만 원(딸 260만 원 + 사위 553만 원)으로 소득수준이 매우 높았다며 적법한 사례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3일 남윤인순 의원(민주통합당)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이 씨 할머니 딸부부 가족의 소명자료를 보면 이들의 소득이 복지부의 주장과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위는 채무가 있어 지난해 7월부터 법원 결정으로 모든 임금의 절반을 압류당하고 있었으며 올해 5월부터는 결핵으로 병가를 내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다. 더구나 딸부부에게는 두 명의 대학생 자녀가 있어 학자금 부담도 컸다.

 

복지부가 발표한 사위 소득 533만 원은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작년 임금을 기준으로 매긴 월 소득으로 실제 소득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23일 한겨레신문 보도를 보면 거제시청이 사위의 실제 소득이 공적자료보다 적고 병가 때문에 소득이 없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민원을 넣었지만, 복지부는 부채와 병원비 일부를 공제하되 휴직으로 말미암은 소득차감은 하지 말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발언에 앞서 남윤인순 의원이 밝힌 소득 자료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복지부에 전화를 걸었으나 아무도 받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발언에 앞서 복지부로 전화를 건 후 “아침에 남윤인순 의원이 발표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대답 대신 ‘오늘 월차를 냈으니 사무실로 전화하라’라고 말했다”라면서 “하지만 지금도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으나 아무도 받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 대표는 “복지부는 이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언론을 통해서는 이 씨 할머니와 딸 부부를 수급을 받기 위해 사기 친 사람들로 몰고 가고 있다”라면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을 다시 관에서 끌어내 다시 죽이는 이러한 현실을 우리의 투쟁으로 바꿔 나가자”라고 강조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공동대표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죽어가고 있는데 부양의무제 폐지가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묻고 싶다”라면서 “수급에서 탈락하거나 수급을 받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분들은 한때 빈곤했던 것이 아니라 평생 빈곤의 악순환에 시달리다가 결국 못 견디고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공동대표는 “가난한 사람들은 라면을 하나 사서 먹어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는데 정부는 마치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런 세금도 내지 않는 것처럼, 세금만 축내는 사람들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라면서 “노르웨이에서는 가난한 사람들도 ‘내일은 어떤 취미 생활을 즐길까?’가 최대 고민이라는데, 왜 우리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매일 끼니 걱정을 하며 살아야 하느냐?”라고 성토했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보건복지부는 이 씨 할머니의 자녀들을 고소득에도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파렴치한으로 몰고 갔다”라면서 “진짜 파렴치한은 보건복지부와 이명박 정부의 빈곤층 죽이기 복지, 그리고 부양의무자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우리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즉각적인 사과와 책임자의 문책을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이명박 정권의 복지정책을 그대로 외우고 있는 대선후보들에게도 이 문제의 책임을 똑같이 물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 자리에서 보건복지부와 이명박 정부의 빈곤층 죽이는 가짜 복지에 맞선 긴급행동을 벌여나갈 것을 선언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참가자들은 복지부 알림석에 ‘부양의무제로 사람 죽이는 복지부’ 등이 적힌 종이를 붙인 뒤 계란을 던지며 복지부를 규탄했다.

 

한편, 이날 늦은 1시 30분 공동행동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복지부는 이 씨 할머니 사례에 대해 법으로 가능한 최대한의 공제를 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전장연 김정하 조직국장은 “담당사무관은 남윤인순 의원실에서 공개한 소득 자료는 복지부에서 제출한 자료로 구성한 것으로 사실이라고 말했다”라면서 “하지만 법으로 가능한 최대치로 공제를 했음에도 수급에서 탈락했다는 내용의 자료도 함께 제출했지만, 그 내용이 남윤인순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빠졌다고 이야기했다”라고 전했다.

 

김 조직국장은 “이어 대표단이 지난 7일 복지부 해명 보도자료에서 월 813만 원이 마치 실제 소득인 것처럼 언론에 알려 가족을 모욕했다고 지적하자, 복지부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라면서 “이에 대표단은 실제 소득이 아닌 것을 분명히 알았으면서도 의도적으로 813만 원을 월 소득으로 발표해 본인과 가족을 모욕한 것에 대해 사과할 것,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장관 면담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라고 전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주최로 25일 이른 11시 복지부 앞에서 열린 '책임회피, 거짓말로 사실 왜곡, 경남 이씨 할머니 두 번 죽인 복지부 규탄 기자회견' 모습.

 

▲참가자들 뒤편에 부양의무제로 말미암아 수급에서 탈락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영정이 놓여 있다.

 

 

▲보건복지부 알림석에 계란을 던지는 참가자들.
 
▲참가자들이 던진 계란에 맞은 보건복지부 알림석의 모습.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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