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그것은 기적이었습니다"
'지역장애인활동가역량강화 위크숍'에서 김진숙 지도위원 강연
"사회적 약자 투쟁을 통해 존재감 드러내야"
2012.03.15 21:32 입력 | 2012.03.16 17:31 수정

▲김진숙 지도위원이 '지역장애인활동가 역량강화를 위한 워크숍'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복직을 위해 309일 동안 크레인 위에서 농성했던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장애인계를 찾아 강연을 진행했다.

 

김 지도위원은 15일 늦은 5시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지역장애인활동가 역량강화를 위한 워크숍'에서 강연자로 나서 85호 크레인에서 309일간 고공 농성을 펼친 이야기 등을 전했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해 6월 27일 본격적으로 공권력이 투입되었는데 크레인에서 내려다보면 새카맣게 공권력만 보였다"라면서 "용역 400명이 둘러싸 아무도 접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나 황이라 동지가 자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컨테이너에 숨어 지내기도 했다"라고 소개했다.

 

김 지도위원은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조합원 4명이 크레인을 사수하기 위해 중간지점으로 뛰어 올라왔고, 나는 공권력이 투입되면 뛰어내리겠다고 했다"라면서 "정리해고 철회라는 단 하나 조건을 내걸고 올라갔기에 어떤 타협방안도 있을 수 없었다"라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지도위원은 "그날부터 사수대 4명이 내가 농성하는 크레인 중간지점에서 137일을 있게 되는데 크레인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라면서 "농성이 끝나면 그들을 뜨겁게 안아보고 싶었는데, 막상 아래로 내려와 보니 137일 동안 씻지도 못하고 수염도 못 깎은 상태라 냄새도 심해서 끌어안을 마음이 싹 달아나더라"라고 웃으며 말했다.

 

▲하루에 스물두 시간 트위터를 한 적도 있다며, 트위터가 35m 위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말하는 김진숙 지도위원. 

 

세상의 소식을 듣는 유일한 수단

 

35m 상공에서 홀로 세상과 싸우던 김 지도위원에게 트위터는 세상의 소식을 듣는 유일한 통로이자 투쟁 소식을 전달하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공권력이 투입되자마자 김 지도위원이 트위터를 사용할 수 없도록 크레인의 전기가 차단됐다.


김 지도위원은 "트위터를 하라고 한 동지가 스마트폰 올려줬는데 사용법을 몰라 헤매다 이틀 만에 어렵게 계정에 접속해보니 응원 글이 수백 건이 올라와 있었다"라면서 "그 뒤로는 트위터에 푹 빠져서 하루에 스물두 시간을 한 적도 있다"라고 밝혔다.

 

김 지도위원은 "35m 크레인 위에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트위터"라면서 "용역이 배치된 후 그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크레인에서 트위터를 할 수 없도록 전기를 차단한 일"이라고 회상했다.

 

김 지도위원은 "죽과 반찬 안에 배터리가 숨겨져 있을까 봐 용역들이 매일 금속탐지기로 휘젓는 바람에 반찬이 뒤섞인 채로 올라왔다"라면서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전달된 배터리로 손을 벌벌 떨며 트위터에 글을 남기자, 마치 축구에서 골이 들어간 것처럼 크레인 아래에서 큰 함성이 들려왔다"라고 덧붙였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강연을 듣고 있는 장애인운동 활동가들.


기적의 희망버스

 

김 지도위원은 정리해고 방침이 철회되지 않는 한 살아서 내려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85호 크레인에 위로 올라갔으나 공권력으로부터 크레인을 사수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김 지도위원은 크레인에 오르는 계단 폭이 조금만 넓었어도 침탈당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또 대소변을 아래로 던지며 용역들이 크레인에 오르는 걸 막아내야 했고 용역들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온갖 욕설을 해대고 전달하는 음식물에 침을 뱉는 등의 모멸감을 주는 행위를 참아내는 등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죽어야만 싸움이 끝날 것처럼 여겨지던 시기 기적처럼 '희망버스'가 도착했다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김 지도위원은 "트위터에서 한 운동가가 70년대 전태일 열사가, 80년대엔 박종철 열사가 횃불이 되어 암흑의 시기를 밝혔듯 이제 당신이 그 횃불이 될 차례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 당시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기에 진짜 횃불이 되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라고 전했다.

 

▲희망버스를 타고 왔던 장애인활동가들이 물대포를 맞는 사진을 보며 분노했다는 김 지도위원.

 

김 지도위원은 "그러나 저녁마다 미사 드리는 수녀님, 크레인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KTX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들이 보고 싶었고 무엇이 당신을 간절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지도위원은 "살아서 크레인에 내려올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변정리를 하고 올라갔는데 그런 물음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라면서 "그러다 희망버스가 왔다. 1차에는 750명이 왔고 2차에는 12,000명이 왔다. 그것은 기적이었다."라고 당시 감격을 회상했다.

 

김 지도위원은 희망버스를 타고 왔던 장애인활동가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김 지도위원은 "장애인 동지들이 맨 앞에서 쏟아지는 물대포를 맞는 사진을 트위터로 보는데 도저히 쳐다볼 수 없었다"라면서 "내가 가장 꿈꿔왔던 연대가 눈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거기에다 공권력은 물대포를 쏘고 있었던 것"이라고 분노했다.

 

김 지도위원은 "그때 장애인 동지들이 너무 고마웠고 여러분이 다시 보고 싶어 이렇게 찾아온 것"이라면서 "97년 IMF 이후 정리해고 싸움이 이겨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한진중공업 싸움은 끝이 났고 정리해고 문제는 해결됐다. 희망버스가 엄청난 일을 만들어냈다."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 투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다

▲김 지도위원은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해야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도위원은 현재의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지도위원은 "예전에는 어디 파업투쟁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많은 이들이 즉각 현장에 가서 함께했다"라면서 "요즘에는 어느 사업장이 투쟁 중이니 연대해달라고 요청하면 공문을 보내라고 하더라"라면서 관료화를 비판했다.

 

또한, 김 지도위원은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해야 세상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도위원은 “세상은 불만만 있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장애인도 존재감이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사슬을 묶고 저항했을 때 세상이 장애인의 존재를 깨달았듯이, 싸우기 시작할 때 비로소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나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적 약자들”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도위원은 “크레인에 올라가기 이전부터 노동자들, 장애인들, 성적소수자들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지난 30년 싸워왔다”라면서 "선거 때가 되니까 어떤 당에서 비례대표로 나를 추천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들리는 데, 사람이나 물건이나 자기 자리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투쟁의 현장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강의는 한 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며, 김 지도위원은 걸쭉한 입담으로 85호 크레인에서 벌인 309일의 농성과 희망버스 등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장애인활동가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김가영 기자 chara@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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