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동민 열사를 기억 속에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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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해방운동가 우동민 열사 2주기 추모제 열려
유가족과 활동가 20여 명, 오전 모란공원 참배

2013.01.02 19:48 입력

 

▲장애해방운동가 우동민 열사 2주기 추모제가 2일 늦은 3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해방열사 '단', 우동민열사추모사업회(준) 주최로 열렸다.

 

장애해방운동가 우동민 열사 2주기 추모제가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성북센터), 장애해방열사 ‘단’, 우동민열사추모사업회(준) 주최로 2일 늦은 3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열렸다.

 

우동민 열사는 지난 2010년 12월 3일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올바른 제정과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 사퇴 촉구 농성 등에 참여했다가 급성 폐렴에 걸려 지난 2011년 1월 2일 세상을 떠났다.

 

이날 추모제에서 장애해방열사 ‘단’ 박김영희 대표는 “우리가 우동민 열사를 떠나보낸 지 벌써 2주기가 되었는데 여전히 눈물이 난다”라면서 “차별받는 장애인이 있고 인권위 위원장으로 현병철이 그대로 있는데 우리 우동민만 없다”라고 울먹였다.

 

박 대표는 “가족들은 동민이를 가슴 속에 묻었고 우리는 동민이를 기억 속에 묻었다”라면서 “내년 3주기에는 동민이의 뜻을 조금이라도 이뤘다는 말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추모했다.

 

국가인권위원회제자리찾기공동행동 명숙 집행위원은 “인권위의 역할은 자본과 권력이 만드는 음지를 치우는 것인데 현병철 체제의 인권위는 오히려 햇볕을 가려 음지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면서 “지난해 우리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선거캠프를 점거해가며 박 후보에게 현병철 위원장 연임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명숙 집행위원장은 “따라서 2월 25일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가 현병철이 스스로 사퇴하도록 입장을 밝힐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고, 우리가 가야 할 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라면서 “하지만 여기 모인 분들과 함께 알리바이 기구로 전락한 인권위와 싸우는 투쟁을 계속해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김명운 의장은 “지난달 21일 한진중공업 최강서 노동자가 목을 매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라면서 “우리사회에서 노동자는 해고되면 쓸모 없는 존재가 되고 사회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최강서 노동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친구들에게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떨어지고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것에 대한 절망을 이야기했다고 한다”라면서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만약 최강서 노동자가 아무 희망이 없는 시설에서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간 장애인동지들과 함께 투쟁했다면, 그렇게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그래서 장애인활동가들이 스스로 희망을 만들지 않고 의지하려는 사람들과 연대해 사람 사는 세상을 제대로 만들기를, 그러한 투쟁이 희망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를 부탁한다”라면서 “또한 전체 민중운동에 연대하는 것이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보고 뒤도 보면서 다 같이 갑시다’라고 말한 우동민 열사의 뜻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추모제에 참가한 사람들.

 

인천 민들레장애인야학 박길연 교장은 “현병철이 지난 임기 3년동안 1억7천만 원의 업무추진비 중 90%가 넘는 금액을 술값과 밥값으로 썼다고 하는데 현병철이 여전히 위원장 자리에 있는 것은 인권을 책임지려는 것이 아니라 술값과 밥값이 탐나서가 아니냐?”라고 꼬집고 “다시 한 번 인권위를 점거해서라도 우동민 열사의 뜻을 지키자”라고 강조했다.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박경석 회장은 “월간조선 12월호를 보면 현병철은 인권위 점거농성 당시 전기와 난방을 끊은 적이 없다고 말했는데 그러면 왜 우동민 열사가 감기와 폐렴에 걸렸겠는가?”라면서 “또 현병철은 우리를 몸이 아픈 사람을 앞세운 전문시위꾼으로 매도하기까지 했다”라고 전했다.

 

박 회장은 “우동민 열사를 모욕한 그런 사람이 지금 인권위 13층 위원장실에 앉아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고 인권위는 그런 사람을 보호하는 곳으로 전락했다”라면서 “진실은 하나이기에 무엇이 진실인지 결국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우동민 열사의 영정에 헌화와 분향을 하는 것으로 이날 추모제를 마무리했다.

 

한편, 유가족과 활동가 등 20여 명은 이날 인권위 앞 추모제에 앞서 열사의 유골이 뿌려진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성북센터 이원교 소장은 “우동민 열사는 개인적으로 제일 친한 친구였고 현장에서 함께 싸워온 동지였으며, 두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활동가”라면서 “앞으로 추모사업회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움직여 열사의 뜻을 기리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중랑센터 양영희 소장은 “우동민 열사에 이어 지난해에도 고 김주영 활동가, 고 박지우·지훈 남매처럼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는데 그러한 죽음은 언제라도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더는 이러한 어이없는 죽음이 없도록 우리가 더 열심히 싸워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북센터 신인기 활동가는 “동민이가 말하는 이야기를 (언어장애 때문에) 잘 알아들 수 없었지만, 가끔 그 목소리가 생각나기도 하고 더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라면서 “다시 한 번 그 친구를 대신해 열심히 투쟁할 것을 다짐한다”라고 밝혔다.

 

우동민 열사는 1968년 10월 24일 서울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어릴 때 심한 고열로 뇌성마비 장애를 입었다. 열사는 38년 동안 집과 시설에서 지내다 2005년 성북센터 창립과 함께 대외협력부장을 맡아 장애인운동에 전념했다.

 

 

▲2일 이른 11시 우동민 열사의 유골이 뿌려진 마석 모란공원을 찾은 유가족과 활동가들.

 

 

▲추모 발언 중인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교 소장.

 

▲추모 발언 뒤 우동민 열사의 영정에 술을 올리는 모습.

 

 

▲이어 우동민 열사의 유골이 뿌려진 나무에 헌화를 하는 모습.

 

▲헌화 뒤 묵념 중인 민주노총 활동가들.

 

 

 

 

▲2일 늦은 3시 인권위 앞에서 열린 장애해방운동가 우동민 열사 2주기 추모제에서 여는 발언 중인 장애해방열사 '단' 박김영희 대표.

 

▲추모 발언 중인 국가인권위원회제자리찾기공동행동 명숙 집행위원

 

 

▲장애인노래패 시선의 추모공연.

 

 

▲노래공장 이혜규 씨의 추모공연.

 

▲추모제 마지막 순서로 헌화와 분향을 하는 사람들.

 

 

▲이어지는 헌화와 분향 행렬.

 

▲우동민 열사와 함께 성북센터에서 활동했던 김정 활동가가 헌화에 앞서 고인의 영정을 바라보는 모습.

 

▲고인의 영정에 수북히 쌓인 국화.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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