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도로 점거, 왜?

조회 수 2348 추천 수 0 2008.10.16 12:18:13

친 인간·친 환경적인 거리조성 ‘장애인’은 나 몰라라?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사업 설명회 파행으로 끝나

대구시가 상인들의 손을 들어 중앙로 횡단보도 설치계획을 전면 취소한다고 밝힌 후 또 다시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사업 설명회에 장애인을 배제한 채 진행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21일 열린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사업’ 설명회장에는 지상 횡단보도 설치의 필요성을 피력하기 위해 중증 장애인 등 10여명이 찾았으나 이들의 행사장 접근이 어려워 이를 대구시에 항의, 설명회 장소선정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설명회 중지를 요구했다.

문제가 된 장소는 시민회관 소강당으로 2층에 위치해 있다.

지상 주차장에서 1층까지는 휠체어를 위한 경사로로 되어있어 편리하게 들어갈 수 있었으나 문제는 2층.

노란 점자블록이 끝난 계단 앞에는 휠체어리프트(?)가 한 대 있었지만 노후화 되고 휠체어 크기도 체형에 맞지 않는 등 실제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무리였다. 이에 장애인들은 안전문제를 들며 리프트 이용을 거부했다.

420장애인투쟁연대 박명애 대표는 “한번 타봐라. 짐짝이라도 된 듯한 비참한 기분마저 든다. 저 경사를 한번 봐라. 노후 된 저 리프트에 목숨까지 걸고 올라갈 수는 없다. 이용할 수도 없는 장비를 장애인리프트라고 한 대 갖다놓고 어떻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 할 수 있나”며 격분했다.

또 “여기까지 오려고 비장애인들이 천천히 걸어서 10분 15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를 우리는 횡단보도가 없어 돌고 돌아서 40분이 넘게 걸려서 왔다. 설명회 시작 20분 전에 도착했지만 우리가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대구시가 그대로 설명회를 진행시키는 것은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사업에서 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완전 무시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420장애인투쟁연대 노금호 위원장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던 대구시가 장애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서 설명회를 여는 것 자체가 장애인들의 의견은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장애인이 배제된 채 진행되는 설명회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대구시는 “리프트에는 별 문제가 없다. 한명씩 리프트를 이용해 설명회장으로 이동하면 된다. 왜 괜한 트집으로 행사를 방해하려 하느냐”는 말만 되풀이한 채 설명회를 그대로 진행시켰다.

그러나 계속된 항의에 대구시는 “장소가 마땅치 않아 여기서 하게 됐다. 장애인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며 “오늘 설명회는 그대로 진행시키고 차후 장애인들을 위한 별도의 설명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통국장의 책임 있는 사과와 설명회 중단을 요구하던 중증장애인들은 급기야 시민회관 앞 도로를 양방향으로 점거했다. 이들의 5분여간의 도로점거 농성으로 대구역 네거리 일대 차량정체가 극심해지자 요지부동이던 대구시도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뒤늦게 모습을 나타낸 대구시 교통국장은 취재기자들을 발견하고 “카메라 앞에서는 더 이상 이야기 안 하겠다”며 대화를 회피한 채 자리를 떠났다.

이를 지켜본 한 시민은 “설명회장은 텅 빈 채 불과 30여명도 채 안 되는 상인들과 공무원들만 앉아 있었다. 대구시는 이번 설명회에서 건의되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최대한 반영하고 행정기관의 일방적 추진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공감하고 직접 참여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설명회를 보니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꽉 틀어막은 대구시의 모습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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