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래, 다친 것이 되레 잘된 일인지 모른다?
"…해봤어요?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마세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11-12 09:56:52
몇 달 전에 우연히 낮에 TV를 켰는데 무슨 공연인가를 하고 있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펼쳐지는 공연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강원래씨가 MC였고, 자세히 보니 주최가 ‘클론엔터테인먼트’였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그 기획사의 대표가 강원래씨였고, 그 공연의 연출도 강원래씨가 맡은 것이었다.

옆에서 TV를 같이 지켜보던 도우미 아줌마가 말했다. “강원래, 저 사람은 저렇게 다친 게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몰라.” 글쎄?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지 싶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현 상황에서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지켜보는 사람들이나 강원래씨 본인에게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도 다치기 전엔 몰랐던 세계를 다치므로 해서 알게 되었고 (연예를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좋은 일도 하게 되었으니 궁극적으로 잘된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정작 강원래씨 본인은 어찌 생각하고 있을까? 멀쩡했을 때의 미련이 아직 남아있지 않을까?

여우가 나뭇가지에 달린 포도송이를 보고 먹고는 싶지만 먹을 수 없으니 “저 포도는 분명 맛없는 포도일 거야!”했다는 우화가 생각난다. 아무렴 거지꼴로라도 온전한 몸으로 사는 게 낫지 억만금을 준다한들 장애인으로 사는 게 낫겠는가?

호주에 ‘닉 부이지치’라는 사람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팔 다리가 없이 태어났지만 대학도 나오고 직장도 다니고 수영도 하고 보드도 타고 골프도 치고 강연도 해서 유명해진 사람의 동영상을 봤다. ‘오체불만족’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일본에 ‘오토다케’라는 사람과 비슷한 사람이다.

그 동영상 막바지에 내레이터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만약 닉에게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팔과 다리가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까?” 글쎄?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유명세를 말하는 건가? 그런 거라면 맞는 말이다. 닉과 오토다케는 성치 않은 몸을 가지고 그런 일들을 해서 유명해진 것이니까, 온전한 몸을 가지고는 그런 일들을 해도 그렇게 유명해지진 않을 테니 말이다.

온전한 몸으로야 남들도 다 하는걸 하는 건데 뭐가 대단하겠나? 온전하지 않은 몸으로 남들이 하는 걸 하니까 대단한 거지. 근데 정작 본인에게는 온전한 몸을 가지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 더 나은 삶일 수 있다. 그럴 것이다. 다 그 사람의 입장이 아니니 그런 말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해봤어요?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마세요.” 요즘 김병만(달인)이라는 개그맨의 유행어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생각해보니 이 말은 그리 가벼운 말이 아니었다. 내가 비장애인들에게 (말은 좀 안되지만)다음과 같이 묻는다면? ‘장애인 돼봤어요?’

일부 비장애인들 중에 우리 장애인들을 보고 "노력을 안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글쎄…. 개중에는 나처럼(?) 정말 노력을 안 하는 장애인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단을 휠체어 탄 사람이 노력한다고 오를 수가 있을까? 어떤 기업의 CEO가 근본적으로 장애인을 싫어하는데 장애인이 노력한다고 그 기업에 고용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자살을 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쉽게 “죽을 용기가 있으면 그 용기로 살아라.”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그 입장에, 그 상황에, 그 처지에 처해보지 못했기에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그렇다고 자살을 정당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역지사지(易地思之)해서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장애인이 아니면, 장애인끼리라도 같은 유형의 장애인이 아니라면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많이 불편하겠구나!” 짐작만 할 뿐. 아무도 없는데 화장실 갔다 쓰러져서 4시간 동안 꼼짝없이 누워 있어본 적 있어요? 없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이 글은 에이블뉴스 애독자 강병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을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연락을 주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드립니다.

기고/강병수 (bspk1215@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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