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후원하는 장애인시설, 그 곳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까.

 

전북시설인권연대 활동가 김병용

 

“시설에서 16년간 생활을 했던 A씨(뇌병변장애1급, 40대초반, 여성)가 시설에서 나가고 싶다고 계속해서 말했지만, 시설에서는 부모의 동의가 없으면 외출이나 외부인과의 면회가 안된다며 외부와의 소통을 철저히 통제하였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장애인이 나가서 어떻게 살겠냐고 시설퇴소는 절대로 안된다하였고,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휴대폰 역시 시설 측에 뺏기는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급기야 A씨가 한밤중 시설에서 몰래 빠져나와 1km 정도를 기어서 시설을 탈출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현재 시설인권연대와 자립생활센터와 연계하여 지원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 안 될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알고 있는 시설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되는 사회복지기관으로 장애가 있거나 보호할 사람이 없는 이들이 모여 생활하는 곳으로 직접 후원을 하거나, 목욕봉사 등의 봉사활동을 가는 곳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과거 도움이 필요한, 장애가 있는 이들을 한데모아 끼니를 해결하고, 치료와 보호를 하면서 시설이 운영되기 시작되었다. 해마다 시설이 급증하면서 정책적으로 시설에 대한 운영비, 인건비가 지원되었고, 현재와 같은 100인 이상의 대규모 수용시설이 시외의 공기좋은(?)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시설에서 투명하게 운영하지 않고, 생활인의 입장에서가 아닌 시설 관리자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짜고, 하루 일과가 진행되면서 심각한 운영상의 비리문제, 같은 복장, 같은 머리스타일, 강제 종교활동, 방마다 설치된 CCTV, 목욕봉사자들이 고무장갑을 끼고 성인남성을 목욕시키고, 지적장애가 있음을 악용하여 폭행, 성폭력, 감금, 강제노역 등등의 생활인 인권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종사자나 봉사자 등의 제보에 의해 알려지거나, 생활인이 직접 폭로하면서 시설이라는 곳의 전반적인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사회문제되고 있는 현재의 시점이다.

 

현재 탈시설이라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자립생활 지원책을 수립하고 있다. 현재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이들의 70% 이상은 타인에 의해 입소하게 되었으며, 주거와 소득, 활동보조 등이 지원된다면 80% 이상이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들은 생활여건, 부양부담 등의 자신이 시설에 입소하는 방법 외에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시설에서 수십년 간 수용되어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이제는 아니다. 정책적으로 무조건적인 시설 수용정책이 아닌 지역사회로의 자립생활 지원정책으로 정책자체가 변화하고 있으며, 활동보조서비스제도, 소득보장, 이동권 등이 더디지만 하나씩 도입되고 있다.

 

지난 2005년 지하철에서의 계속된 추락사고 등의 문제로 기본적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들의 전국적인 투쟁의 성과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어 현재와 같은 저상버스 및 특별교통수단이 도입·운영되고 있으며, 2007년 장애인특수교육법이 제정되고,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 및 사회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활동보조서비스제도 도입은 물론,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어떠한 차별이나 편견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법률들을 쟁취해내 최소한의 보편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이들과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이들과의 차이가 분명히 있고, 시설 유형별로의 문제도 다르다. 이 지면을 통해 시설의 구체적인 운영 및 문제점들을 다 서술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음을 밝히며, 이번 기회에는 이 정도로 정리하고자 한다.

 

더불어 우리들 역시 지역사회에서 장애가 있는 이들과 자연스레 보편적인 삶을 사는 것에 대한 거부감 등을 줄이며 장애를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통계상으로만 보면 전세계적으로 장애가 있는 이들은 10%가량이며, 그 중 90% 이상이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닌 중도에 사고 등으로 장애를 입기 때문이다. 바로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주변의 시설들을 한번쯤 살펴보자. 자신의 통장에서 후원되고 있는 시설을 한번쯤 방문해보자. 그 곳에는 문제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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