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인터넷대안신문 '참소리'에 기고한 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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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전북시설인권연대 사무국장)는 지난 3.9~3.31까지 진행되었던 전라북도 장애인 생활시설 민·관 합동 실태조사에 완주군 소재 9개소를 맡았으며 진행한 내용을 기고하고자 합니다.

“그들은 그 곳에서 인간이 아니었다.”


? 갑자기 민·관 합동 실태조사가 왜 실시되었나.

  지난해 12월 언론을 통해 알려진 ‘OO재활원(완주군 소양면)’ 사건을 기억하시는지요? 그 시기에 전북시설인권연대를 비롯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생활인이었던 지적 장애여성 성폭력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중인 ‘OOO 영광의 집(김제시 입석동)’의 문제, 언론을 통해 각종 수당 및 수급비 불법 착복, 생활인 인권유린을 자행한 ‘OO재활원(완주군 소양면)’ 문제의 심각성을 전라북도에 알리고, 이외의 사회복지 생활시설의 문제를 도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고, 민간단체와 공동 실태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였습니다.

  또한 지난해 10월 보건복지가족부 국정감사 당시, 장애인시설 사망사건 관련된 추궁으로 복지부장관이 2009년 장애인시설 전수조사를 약속하였고, 2009. 2. 19. 각 시·도에 장애인시설을 조사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진행된 실태조사.

  지난 3.6(금) 오후 2시, 실태조사를 위해 시·군 담당자 및 민간단체요원 회의가 있었습니다. 장애인 생활시설의 문제의 심각성, 생활인 면담 시 유의사항 등을 함께 공유, 계획하는 회의로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회의내용은 그 다음주 3.9(월)부터 실시하는 실태조사 계획을 통보하는 자리였습니다.

  또한 신고된 시설의 70% 이상 지적장애로 등록된 시설이기 때문에 생활인 면담의 유의사항 및 관계형성 방법 등을 사전 교육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내용은 전혀 없이 각 시·군과 민간단체의 조 편성 및 일정 정하기에 바빴습니다. 또한 복지부에서 작성한 실태조사표 역시 기본적인 면담 조사항목 없이, 조사원의 성향에 따라 조사내용이 천차만별로 나타날 가능성이 큰 포괄적이고 주관식으로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뒷집잠금장치.jpg <어느 시설의 생활방 바깥문>

 ? 전북시설인권연대는 완주군 소재 8개소, 75명을 만나다.

  도저히 복지부 실태조사표로는 실효성 있는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예전 실태조사를 진행했던 타지역의 조사항목을 가지고 나름의 실태조사표를 작성하여, 진행하였습니다.

  완주군 소재 8개소(법인시설:4개, 개인운영신고시설:4개), 전체 247명 가운데 75명을 만날 수 있었으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하며 항목별로 체크하고, 지적장애가 심한 경우, 국가인권위원회 키트자료(그림책)를 사용하였습니다.

  ?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시설 구조의 문제와 한계.

  -관리미흡, 분실등의 이유로 신분증, 통장은 대부분 시설에서 일괄관리!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시설 밖 출입 불가능!
 
-보호 목적이라며 거실 및 복도, 생활방, 시설 밖까지 설치되어 있는 CCTV!
 
-아직도 남아있는 방장구조!
 
-밖에서 잠그도록 바뀌어있는 방 열쇠, 그리고 잠금장치!
 
-생활인을 위한 정보지는 없고, 시설규모, 현황 내용으로 가득한 시설홍보물!
 
-종사자의 폭행으로 근처에도 가기를 무서워하는 당직실!
 
-용변처리를 방에서 한다는 이유로 청결하지 않고, 악취로 진동하는 생활방!
 
-새벽 5시 기상, 새벽예배, 저녁 9시 강제 소등 및 취침!
 
-식사시간, 예배시간을 제외한 하루종일 TV 시청, 프로그램 전무!

  무조건적인 보호, 시혜, 동정, 수용이라는 시설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위 문제들은 여전히 없어지거나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머리를 하고, 매일 같은 시간에 예배드리고, 밥먹고, TV보고, 보호한다는 종사자와 원장의 눈치를 보는 삶이 진정한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있을까요.

 CCTV.jpg <어느 시설의 거실을 감시하는 CCTV>
 
? 자유로운 삶! 시설밖으로! 지역사회로! 과감히 자립생활을 얘기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설에 있을 때와는 달리 돈 걱정, 집 걱정, 고민하고, 걱정하고, 신경쓰는 것들이 많지만 그들은 지금의 삶이 훨씬 낫다고들 합니다.

  활동보조인 서비스제도를 통해 아직 부족한 시간이지만 자원봉사의 개념이 아닌 자신들의 당당한 권리로써 용변처리, 식사보조, 이동보조 등이 가능하게 되었고, 저상버스와 장애인콜택시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주거지원과 소득에 있어서 보장되어야 할 것들이 많고, 지적·발달장애의 경우 장애인가족지원을 비롯한 평생교육 차원의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무조건적인 시설 수용정책은 절대 안됩니다. 하나씩 개선해 가고, 제도를 도입하면서 지역사회로의 자립생활 지원정책으로 사회복지 정책 자체가 변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직도 기억납니다. 언어장애가 심해 대화가 원활하지 못했지만 주먹을 쥔 두 손을 모으며 감옥! 감옥! 이라고 외친 어느 생활인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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