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시설, 끝나지 않은 이야기

 

전북시설인권연대 김병용

 

 

지난 5월 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지난해 전국미신고시설 인권실태조사 이후 두 번째 보고대회가 열렸다. ‘미신고시설,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주제로 개최한 이번 보고대회에서는 전국 22개소 미신고시설 인권실태조사에 직접 참여한 조사원들의 못다한 이야기, 시설거주인 당사자 이야기, 미신고시설을 유지시키는 힘이라는 주제로 정신병원과 미신고시설과의 관계와 자원봉사와 푸드뱅크 순서로 진행되었다.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여준민 상임활동가는 “시설운영자들은 평상시에는 별다른 왕래나 관계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정해진 파이를 서로 나눠 갖고 그것으로 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자체 조사나 감사 등 서로 필요한 관계가 되면 똘똘 뭉칩니다. 시설연합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줍니다.” 라고 말한다. 조사 기간에 전국을 누비며 시설연합회 사람들이 조사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국회의원 이정선의원실,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탈시설정책위원회, 시설인권연대의 공동주최로 실시한 민관합동 실태조사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6개월 남짓 조사기간에 그들의 행태는 가히 폭력조직과 다름없었다.

 

 

그저 시설은 시설일 뿐이다.

 

 

함께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박문희 센터장은 장애아를 둔 부모이며, 대부분의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장애인들이 바로 센터장의 자녀와 같은 지적장애인이다. 조사를 마치고 그가 내린 결론은 “그저 시설은 시설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시설이 유지될 수 있는 여러 이유 중에 바로 시설을 택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여건과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시설은 존재할 수밖에 없고, 존재하길 원할 것이다.

 

 

사실 실태조사 이후 보고대회는 지난 2월에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져있었다. 바로 그 안에 거주하고 있는 거주인들의 이야기이며, 앞으로의 대안이 신고시설로의 전환만이 아닌 정확한 실태파악과 거주인의 인권실태, 탈시설을 희망하는 이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여 신고시설로의 유도가 아닌 자립생활정책으로의 정책전환을 구축하는 내용이 없었다. 그래서 시설인권연대,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탈시설정책위원회 민간단체에서 다시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수유너머R 안티고네 연구원은 ‘값싼 복지, 이제 그만!’ 이라는 제목으로 미신고시설의 자원봉사와 푸드뱅크에 대한 부정적인 이면을 조심스레 꺼냈다.

 

 

연구원은 “푸드뱅크는 기탁자가 보유하고 있는 ‘잉여음식’을 푸드뱅크 이용자에게 전달함으로서 빈곤층을 구제함과 동시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따라서 자원을 보호하며-,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스레 환경이 보호된다는 1석4조의 논리를 취합니다. 현재의 푸드뱅크가 시스템과 운영 마인드가 개선되다면 지금보다 양질의 음식을 공급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미신고시설 조사에 참여하면서 감지한 문제점은 푸드뱅크가 사회빈곤층, 소외계층은 푸드뱅크와 같은 것을 먹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틀에 박힌 이미지를 재생산하고 있었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푸드뱅크 트럭에서 음식물을 내려 식사 준비를 하는 장애인 시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고, 어떤 껄끄러움과 불편함 없이 ‘시설은 곧 그런 곳’으로 자연스레 당연시하는 우리들의 인식 때문입니다.” 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지적장애인거주시설 다솜 최용진 원장의 발제가 이어졌다. 우리들은 탈시설, 자립생활운동을 하는 사람들이고, 무조건적인 현재의 시설정책에 문제제기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욱 시설 원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최용진 원장은 마지막 순서여서 많이 기다렸고, 무슨 말을 할까 여러 생각을 하였다면서 말을 꺼냈다. “저도 여러분들을 작년부터 알게 되고, 만나서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탈시설운동, 자립생활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설에서 장애인을 위한다고 했지만 정작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의사를 들으려했는가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고민을 남기는 말을 하였다. “시설이 비민주적이고, 인권침해 공간입니다. 하지만 퇴소하는 숫자보다 계속해서 입소하고, 입소를 기다리는 숫자가 훨씬 많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왜 입소자가 계속 발생합니까?” 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바로 서두에서도 나왔고, 미신고시설 실태조사를 한 이유도 이것 때문일 것이다. 시설을 희망하는 이 사회와 가족, 당사자가 존재하는 한 시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시설을 원하는지, 어떠한 지원체계가 마련되면 시설이 아닌 다른 복지서비스를 택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에 따른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0 0613_전북시설인권연대 12차 사무국회의 file [73] 사무국 2011-06-14 10436
129 조만간 익산시에 가야겠다. [1] [72] 안똥.. 2011-06-01 10502
128 장애in 소리 이번주 촬영있습니다. 금요일 오후 1시 file [1] [64] 설영 2011-05-31 7944
127 장애in 소리 2011년 첫번째 영상제작회의 [5] [66] 설영 2011-05-18 7381
126 다음주 전라북도와의 첫 협의자리가 마련되었다. [1] 안똥.. 2011-05-18 10014
125 지난주 회의내용 공유합시당!!ㅋ [1] 자유로운삶 2011-05-17 8670
124 5월 이동상담 웹자보 file 복지일꾼 2011-05-12 23064
123 긴급 매일 내용입니다. 지렁이 2011-05-10 16979
122 지금 제작중인 DVD 배포할 리스트를 작성해보아요~~~ [3] [63] 안똥.. 2011-05-04 8583
» 미신고시설, 끝나지 않은 이야기 file [80] 안똥.. 2011-05-04 9812
120 전북인터뷰 원고입니다. file [68] 설영 2011-04-12 7682
119 ㅠ,ㅠ... [1] [64] 아프로디테 2011-04-11 7473
118 기사 스크립 [62] 지렁이 2011-04-09 8313
117 기사 스크립 [110] 지렁이 2011-04-09 7335
116 기사 스크립 [70] 지렁이 2011-04-09 7727
115 기사 스크립 [55] 지렁이 2011-04-09 6981
114 기사 스크립 지렁이 2011-04-09 4620
113 기사 스크립 지렁이 2011-04-09 4702
112 기사 스크립 지렁이 2011-04-09 4274
111 저는 인권활동가입니다”기사 스크립 지렁이 2011-04-09 3494

오늘 :
283 / 854
어제 :
285 / 801
전체 :
558,529 / 18,799,72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