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 두려웠지만 사는 건 다 똑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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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장애인연합의 ‘여성장애인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조사에 의하면 참여한 496명의 장애인 중 93.3%인 457명이 임신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 중 81.2%는 임신을 희망했으나 18.8%는 희망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임신거부 이유로는 육아부담, 자녀에게 장애가 유전될까봐 등의 순이었다.

여성장애인 중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부분인 육아와 장애의 유전문제 등이 실제 삶을 통해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출산을 경험한 기혼 여성장애인의 삶을 통해 살펴보았다. <취재·글=박지연 기자>

장애인부모 위한 유치원이 있었으면…”
임미정 씨 / 지체장애 2급

 “우리 가영이가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어요.” 7개월 된 가영이 어머니 임미정 씨(41)는 손발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으며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다.


 미정 씨는 올해 결혼한 지 3년째이다. 30년 지기 친구의 어머니로부터 남편을 소개받았다고 한다. 남편은 현재 인천시 남동공단에서 생산직 업무를 맡고 있다. 남편은 지적장애 2급으로 생활에 지장이 없는 정도라고.    미정 씨는 처음 남편을 만났을 당시에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누군가와 결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남편과도 결혼할 마음은 없었어요.”


 미정 씨는 친정아버지와 주위 지인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결혼에 대해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물론 남편의 착하고 단순함에 호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라고.


 “양쪽 모두 장애가 있어서 양가 집안 모두 반대 없이 잘 이해해 주셨어요. 저도 18년 동안 중풍 때문에 거동이 불편하신 친정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기에 결혼 후 살림살이에 대한 걱정은 없었고요”


 미정 씨는 결혼 후 아이를 낳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말한다. 장애 때문에 부모가 아이에게 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획하지 않았던 아이가 생겼고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너무도 소중한 예쁜 딸 가영이를 얻게 되었다.


 “임신 중에 특별히 어려운 점이 없었어요. 가영이를 가졌을 때 입덧도 없었고 식성도 좋아져서 먹기도 잘했거든요. 저는 자연분만으로 가영이를 낳았는데 진통 2시간 만에 아이가 나왔어요. 초산 치고는 빠른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미정 씨는 가영이를 낳은 후부터 정부의 도움을 받아 산후도우미, 가사도우미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지금은 인천장애인종합복지관을 통해 가사도우미가 1주일에 세 번, 하루 네 시간씩 도움을 주고 있어 가영이를 키우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


 “가사도우미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아이를 키웠을지 막막해요. 아이가 커가면서 움직임도 많아지는데 제가 혼자 돌보기에는 힘에 부치거든요. 한편으로는 다른 여성장애인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을 텐데, 저만 편한 게 아닌가 싶어서요. 정부 예산이 많이 줄어들어 실질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분들이 적다고 하시더라구요.”


 미정 씨는 가영이가 자라면서 장애인인 부모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혼자서 감당해야 할 때 받을 심리적 충격이 가장 걱정된다고 한다.


 “가영이를 비롯한 장애인부모를 둔 아이를 위한 유치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반 유치원을 보면 부모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많더라고요. 저도 물론 참여하고 싶지만 대부분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해서 장애인부모는 함께 할 수가 없어요. 만약 장애인부모를 위한 유치원이 있다면 가영이가 장애인부모를 받아들이는데도 도움이 되고, 부모들도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입력 : 2009년 04월 10일 13:35:24 / 수정 : 2009년 04월 10일 13: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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