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다큐페스티발2011 국내신작전 총평]


거두절미하고. 너무 뻔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올해 신작전 공모는 풍년이었습니다.
작년대비(58편) 급증한 100편의 다큐멘터리는 각자 다채로운 소재와 주제의식으로 다큐멘터리의 매력을 발산했습니다. 잔인한 국가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것은 반드시 고통을 동반하고, 가난한 창작자를 변방으로 내몰지만, '나는 이미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었다'고 아우성 치며 쏟아져 나온 작품들을 통해 다시 한번 다큐멘터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선정작 범위에는 포함되었으나 한정된 수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사정상 아쉽게도 영화제에 소개하지 못한 작품들이 상당수 있음을 밝힙니다. 신작 공모에 참여한 모든 작품과 제작진께 마음모아 연대의 박수와 감사 인사 드립니다.

올해 작품들 중에서는 용산을 직간접적으로 다룬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각자 현장에 있는 위치에 따라 활동가, 방문자, 기록자, 용산의 죽음을 대면하지 못한자 등 다큐멘터리 제작 주체의 고유한 성격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격렬한 분노와 슬픔, 안타까움, 자기성찰 등 입체적으로 '용산'을 바라볼 수 있는 작품들이었습니다. 뿌리는 하나인데 가지는 수많은 나무처럼 용산은 오랫동안 창작자들과 함께 할 듯 합니다. 인디다큐페스티발2011에서는 <마이스윗홈-국가는 폭력이다>와 <용산 남일당 이야기> 두 편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공모에 참여한 장편 다큐멘터리의 경우 기획력과 대중성이 돋보였습니다. 과거에 벌어진 사건을 긴 호흡으로 재구성한 작품은 가슴 깊은 곳에 묵혀둔 이야기를 우직하게 끌어내며 큰 울림을 선사합니다. 현재진행형인 사회적 이슈들을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유머로 살려낸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개인의 관심사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기어이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는 열정적인 작품을 만나는 것 역시 장편 다큐멘터리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은 넓고 다큐멘터리의 세계는 깊습니다.

이번 공모 작품을 보면서 꼭 언급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다큐멘터리 제작의 대중화입니다. 누구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시대, 잘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지역, 세대, 직업 구분 없이 다양한 창작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다큐멘터리를 자신의 언어로 적극적으로 가져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작품들은 확실한 목적과 완결된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공모에 대거 참여했습니다. 안정적인 화면구성과 완성도 있는 작품을 접하며 놀라고 흥분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양질전환의 법칙을 체험했다고나 할까요. 지난 10년 동안 인디다큐페스티발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든 관객과 제작자 모두의 힘이 모인 결과라 생각됩니다. 카메라들 들고 세상과 소통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창작자 주변 세계는 언제나 훌륭한 작업장이 됩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이야기가 창작자를 통해 전혀 다른 세계로 드러나는 것에 관객들은 다큐멘터리의 매력에 빠져들고 곧잘 창작자로 변신하게 됩니다. 이런 흐름은 신작전에 선보이는 작품을 통해서 더욱 또렷이 드러납니다. 의료계에서 일하며 한국의료제도를 다룬 <행복의 조건>과 <하얀 정글>, 사진작가이자 시인인 자신이 쓴 책을 기반으로 제작하며 다큐멘터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고양이 춤>, 시민활동가가 현장에서 직접 만든 <용산 남일당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다른 영역의 전문가로 일하지만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곳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이 더해져 영화는 풍부한 정보와 날카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주인공 선철규의 나레이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선철규의 자립이야기 '지렁이 꿈틀'> 역시 '장애in소리'에서 제작되었습니다. 기존 제작 방식에서는 출연자 혹은 제작의뢰자 역할을 맡을법한 사람들이 이제는 카메라를 들고 직접 나섭니다. 지역개발로 인해 아버지의 무덤을 포함한 조상의 묘를 이장해야 하는 상황을 다룬 <조치원>과, 역시 지역개발로 이사를 하게 되는 본인의 집이야기 <신봉리우리집; 흔한 이야기>는 당사자의 처지를 담담하게 전달하는 한편 이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질문하며 한국사회 전반을 돌아보게 합니다. 이주여성인 감독이 한국사회에 던지는 이주여성에 대한 질문 <짜오안> 역시 눈여겨 볼 작품입니다. 진심을 다해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창작자들의 열정에 관객의 심장은 함께 뛸 것입니다. 새얼굴은 언제나 신선합니다. 이런 새로움이 기존 다큐멘터리스트를 충분히 자극하리라 믿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 신진작가와 중견작가의 만남, 영감의 교류가 활발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인디다큐페스티발은 이제 11회를 맞이합니다. 10년의 성과를 보듬어 안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며 첫발을 내딛는 인디다큐페스티발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의 모습은 아직 불투명하지만, 다큐멘터리를 사랑하는 관객 여러분이 함께 있음을 확신합니다. 더불어 제작자와 관객의 거침없는 충돌과 변신을 기대합니다. 혹독한 겨울을 헤집고 쏟아지는 햇볕이 따갑습니다. 기어이 봄은 옵니다.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만나뵙겠습니다.

- 인디다큐페스티발2011 프로그래머
안정숙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공미연 (다큐멘터리 감독)
이영진 (씨네21 기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0 퍼블릭액세스 대상’ 기사 스크립 지렁이 2011-04-09 3447
109 인디다큐페스티발2011기사 스크립 지렁이 2011-04-09 70321
108 기사 스크립 지렁이 2011-04-09 4612
107 뉴스 기획 중증장애인도 식당에 가고 싶다 기획안 방부제(신빵) 2011-04-08 3436
106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자유로운삶 2011-04-07 19725
105 매주 월요일 사무국회의가 있습니다! file [65] 자유로운삶 2011-04-04 11927
104 장애in 소리 상반기 3차 회의 결과 [4] 설영 2011-04-03 3541
103 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포스터입니다. file 설영 2011-03-29 4714
102 2011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소개한 '지렁이 꿈틀'입니다. [2] 설영 2011-03-29 5017
101 국가인권위원회!! 딱 걸렸네요... [3] 설영 2011-03-25 4848
100 2011년 4.20공동행동 일정들 공유합니다. 안똥.. 2011-03-22 5133
99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안내 설영 2011-03-18 4551
98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상영시간표입니다. 설영 2011-03-18 4391
97 죄송한 말을 남겨야 하내요. 지렁이 2011-03-16 4967
» 2011인디다큐페스티발 출품작 총평(지렁이 꿈틀) 설영 2011-03-14 4894
95 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상영작 소개 및 총평 (지렁이 꿈틀) 설영 2011-03-14 3634
94 [함께해요!]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참여를 제안합니다!! file 2010년420공투단 2011-03-14 14313
93 장애인인권영화제 소식입니다. 설영 2011-03-11 4290
92 장애in 소리 상반기 2차 회의 [3] 설영 2011-03-11 5068
91 제가 너무나 화가 나서 복지와 청와대 그리고 최영희 국회의원 이 글을 올려서요. [1] [141] 지렁이 2011-03-09 12306

오늘 :
263 / 785
어제 :
285 / 801
전체 :
558,509 / 18,799,65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