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420의 역사와 오늘

조회 수 54 추천 수 0 2010.04.18 09:00:31

420의 역사와 오늘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을 되돌아보며…

편집실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절(메이데이)이 있다. 1886년 5월 1일 미국의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을 쟁취하기 위해 총파업에 돌입했던 바로 그날이다. 도시는 완전히 마비되었고, 노동자가 일손을 놓으면 세상이 멈춘다는 것을 확인했던 날이다. 그러나 이날의 총파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광기 어린 탄압으로 어린 소녀노동자들이 살해되었으며, 이에 항거했던 미국 노동운동의 지도자들이 투옥되고 사형당했던 뼈아픈 탄압의 역사이기도 하다.

많은 나라가 역사적인 이날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90년부터 매년 5월 1일을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 연대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국제적인 기념일로 삼고, 노동자의 단결과 국제연대를 과시하는 다양한 행사와 현장투쟁으로 채워가고 있다. 노동절은 ▲전 세계 노동자의 단결을 과시하는 날 ▲노동자들의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해 투쟁하고 결의를 다지는 날 ▲노동자 국제연대의 날이다.

노동절을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480만 장애인들에게도 ‘우리의 날’이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초 박정희 죽음 이후 정치적 혼란을 틈타 정권을 잡은 전두환 군부독재는 광주민중항쟁과 삼청교육대 등 피비린내나는 공포정치로 정권을 찬탈한 뒤,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복지사회구현’을 내걸고 1981년 4월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제정한다.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4월 20일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하고 최옥란 열사의 기일인 3월 26일부터 노동절인 5월 1일까지 대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비마이너

장애인들의 가열찬 투쟁이나 기념해야 할 어떤 사건도 없이, 장애인의 날이 이렇듯 정치적 선전물로 출발했기에 지난 30여 년 동안의 기념식은 전시행정의 표본이었다. 영부인이 단골로 등장해 동원된 장애인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장애인복지 유공자들에게 훈?포장을 나눠주고, 장애는 극복해야 할 것이라며 ‘장애극복상’을 수여했다. 평소엔 무관심하거나 이따금 동정적인 기사를 한두 번 내보내는 각 방송과 언론은, 이날 하루는 마치 장애인들에게 대단한 관심이라도 있는 듯 종일 방송을 편성하기도 한다.

87년 6월항쟁과 7,8,9월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며 청년장애인들도 장애인의 문제가 개개인의 노력이나 가족의 희생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사회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해결하려는 장애인운동이 시작된다. 이는 장애인의 날을 정권이 선사한 전시적인 날이 아니라 ‘우리의 날’로 만들기 위한 외침의 시작이었다.

1989년 ‘장애인권익촉진 범국민결의대회’, 90년 ‘기만적인 복지정책 규탄 및 400만 장애인 인권쟁취결의대회’ 등 4월20일을 전후한 행사들은 장애인문제연구회 울림터, 장애인운동청년연합(아래 장청연) 등의 청년단체에서 주도하며 치러오다 이후 전국장애인한가족협회(아래 전장협)의 ‘장애인노동권 쟁취’에 초점이 맞춰진 행사로 발전한다.

전장협은 90년대 초반 ‘노동권쟁취를 위한 결의대회’ 등을 거쳐 96년부터 ‘장애인노동권리 확보를 위한 범국민걷기대회’를 매년 개최한다. 이는 교육권, 노동권, 이동권, 편의시설, 참정권 등 장애인의 많은 문제 중에서 ‘노동을 통한 사회참여’가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문제임을 제기하는 것이다.

전장협은 ‘장애인의 날’ 행사를 장애인단체나 장애대중뿐만 아니라 각 지역 장애인과 민주노총 등의 노동·사회단체와 공동으로 주최함으로써 이 행사를 사회의 많은 양심세력과 함께하는 틀로 확대시켰다.

420 현장투쟁은 2000년대 들어 다시 한 번 변화, 발전하게 된다. 즉, 울림터에서 장청연, 전장협으로 이어져 온 행사의 주체가 장애인이동권연대 등 수십 개의 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공동기획단’을 주축으로 한 대중조직으로 확대된 것이다.

지난 2002년 ‘장애해방을 선포하라’라는 주제로 일주일 동안 계속된 ‘장애인의 날’ 투쟁에서는 장애인의 노동권뿐만이 아니라 이동권, 교육권, 참정권, 시설비리 척결, 장애여성문제 등 사회 각 분야의 차별철폐투쟁으로 치러졌다. 2003년에는 최옥란 열사 기일인 3월 26일 혜화동 로터리에서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 선포식’ 기자회견을 통해 투쟁을 선포했다. 또한, 이날 행사에서는 매달 치러지던 장애인이동권연대의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 행사에 이어, 장애 ? 여성 ? 빈민이라는 삼중의 고통 속에서 숨져간 최옥란 열사의 1주기 추모식을 진행했다.

제6회 전국장애인대회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제6회 전국장애인대회가 지난 3월 26일 늦은 2시 보건복지부앞에서 열렸다. ⓒ비마이너

326 열사 합동추모제
420장애인차별공동투쟁단은 매년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를 연다. 지난 3월 25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린 합동추모제. ⓒ비마이너

이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동투쟁단)은 4월 20일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하고 최옥란 열사의 기일인 3월 26일부터 노동절인 5월 1일까지 대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매년 노동권, 이동권, 교육권, 참정권, 시설비리 척결, 활동보조, 장애인연금 등 분야별 요구안을 내걸고 투쟁해왔다.

또한, 한 달여 동안 진행되는 노숙투쟁 등 현장투쟁 이외에도 매년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420장애인차별철폐문화제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특히 지난 2007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출범하면서 420투쟁은 지역별로 활성화되어 대구, 인천, 경기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별 420공동투쟁단이 구성되어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420공동투쟁단은 70여 개의 단체가 참여해 ▲활동보조서비스 지침개악 철회, 장애인장기요양 도입 음모 중단 ▲장애아동 복지지원확대와 발달장애성인 자립생활보장을 위한 대책 수립 ▲탈시설 권리 보장 ▲장애인 주거권 보장 ▲기초장애연금 현실화하고 실질적인 소득보장 정책 마련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 정책 수립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 이행을 위한 특단의 조치 강구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의 실효적 이행을 위한 정책 마련 ▲장애인차별금지법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정책 시행 등 9대 요구안을 내걸고 투쟁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용산 참사, 쌍용자동차 파업 등 무차별적인 폭력진압속에서 사회 전반의 투쟁이 위축되어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올해 420공동투쟁단은 지난 3월 26일 오전 기습 1인 시위와 전국장애인대회를 시작으로 광화문 광장 등지에서 활동보조 지침 개악 저지를 위한 서명전과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420의 역사는 군부독재정권이 떡고물처럼 던져준 치장물을 진정한 '우리의 날'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20여 년 전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이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생존권과 노동권을 중심으로 420을 치러냈다면, 중증장애인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는 탈시설과, 활동보조, 주거권, 연금 등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또한, 각 지자체를 상대로 한 지역투쟁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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