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신]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죽음의 사회 바꾸자"  

20일 서울고속터미널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대회 진행
10대 요구, 복지부 장관 사과 촉구

2014.04.20 13:1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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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동지 추모 및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가 20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서 열렸다.

 
지난 17일 세상을 떠난 송국현(53, 중복장애 3급) 씨와 같이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를 바꾸고자, 수많은 이들이 올해로 13회를 맞이한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을 맞아 투쟁을 선포했다.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동지 추모 및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가 20일 이른 10시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 등 3개 단체 주최로 열렸다.

 
이날 420공투단 등은 송 씨를 비롯해 무고하게 죽어간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10대 요구안을 내걸며 투쟁을 선포했다.

 
10대 요구안은 구체적으로 △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부양의무제 폐지,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아래 기초법) 개악 저지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발달장애인법 제정 △수화언어법 제정 △탈시설 권리 쟁취 △이동권 쟁취 △노동권 쟁취 △교육권 쟁취 △장애인 정보, 문화권 보장을 위한 법 제정 등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헌법에서는 법 앞에 평등을 이야기하고 또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이야기한다”라며 “그러나 장애인들은 모든 삶의 영역에서 차별받고 무시당하며, 시설에 박혀 삶을 낭비하고 있는 게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태”라고 지적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여기에 그 헌법 조항을 지키고자 여러분들이 모여있다”라며 “오히려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정부와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폭력으로 진압하려는 공권력에 맞서 함께 싸우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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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발언하는 민주노총 유기수 사무총장.

 

 


민주노총 유기수 사무총장은 “전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동지들이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함께 살자’라고 했다. 우리는 오늘 함께 살기 위해 여기 모였다.”라며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을 이 사회가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데, 장애인, 노동자, 농민들이 각각 투쟁해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함께 차별 없는 세상 향해 투쟁했으면 한다.”라고 호소했다.

 

 


민들레장애인야학 박길연 교장은 “정부는 (복지 서비스) 문을 두드리지 못해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데, 정작 문을 두드려도 아무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인천에 사는 어떤 동지도 장애 등급이 떨어져 주민센터, 계양구청, 인천시청, 국민연금공단 문을 계속 두드렸지만, 장애 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아무 서비스도 받지 못했다”라고 꼬집었다.

 

 


박 교장은 “송국현 씨가 돌아가고 우리가 분노에 차서 찾아가니 그제야 바로 달려왔다. 언제나 사고가 생겨야만,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만 움직이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식이다.”라며 “이제는 장애등급제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단언했다.

 

 


빈곤사회연대 강동진 집행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불필요한 규제 철폐를 이야기하며 ‘암 덩어리를 제거해야 한다’라고 하는데, 정작 건강에 필요한 살점만 도려내는 것 같다”라며 “부양의무제는 가난한 사람이 최저생계비 아래에서 살아가는데도 기초생활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암 덩어리다. 100만 명 이상이 이로 인해 수급자가 되지 못해 죽어가는데, 정부는 고작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한다며 암 덩어리를 그대로 남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강 집행위원장은 “정부에서 기초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최저생계비를 없애고 장관 마음대로 급여를 결정하는 개악안이자 급여를 쪼개 (수급자) 삶을 조각내는 개악안에 불과하다”라며 “국회에서는 기초법 개악안 논의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박홍구 부회장은 “장애인들은 거주시설에서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다. 지역사회에 나오려면 활동보조, 집, 소득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런 게 거의 없다.”라며 “탈시설, 자립생활을 선언만 하지 말았으면 한다. 시설을 짓고 운영하는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그 돈으로 활동보조, 장애인 연금을 지원했다면 송국현 동지와 같은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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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현실을 고발하는 이도건 집행위원장.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도건 집행위원장은 “10년 전에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말뿐인 법 속에서 장애인들은 절망하고 있다”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법으로 저상버스 도입해야 한다고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전국 저상버스 대체율은 20%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이 집행위원장은 “언제까지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장애인도 이동권을 함께 누리도록 해야 한다.”라며 “우리는 절망의 시대를 접기 위해 희망 고속버스를 타자. 그래서 내일이건 다음달이건 함께 이동하고, 웃고, 행복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자.”라고 호소했다.

 

 


이날 결의대회 중에 장애인노래패 시선, 노동가수 이혜규 씨 공연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어 420공투단 등은 투쟁결의서에서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이 故 송국현 씨 죽음을 공식 사죄하고 대책 마련 촉구 △10대 요구안 쟁취 △장애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없는 평등세상 만들기 위한 강력한 민중연대 등을 결의한다고 밝히며 결의대회를 마쳤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는 민주노총, 빈곤사회연대 등 수많은 빈민·노동·시민사회단체 등이 함께 한 가운데 500여 명이 참여했다.

 

 


420공투단 등은 결의대회에 이어 낮 12시 고속버스터미널 각 승차장에서 ‘장애인차별철폐 희망고속버스타기’를 진행한 뒤,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 집까지 행진해 늦은 4시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 사과촉구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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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송국현 씨 영정사진 피켓을 들고 있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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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대회 여는발언 중인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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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하는 장애인노래패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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