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송국현 씨 죽음, '사회적 타살이다'  

송국현 씨 촛불 추모제, 늦은 8시 서울대병원서 열려
"그 잘난 장애 등급 3급과 맞바꾼 고인 삶 돌려달라"

2014.04.18 01:0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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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희생자 고 송국현 동지 촛불 추모제가 17일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17일 송국현(53, 중복장애 3급) 씨가 화상 후 급성 폐렴 등의 증세로 숨을 거둔 가운데 송 씨 추모제에 참여한 이들은 고인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라고 질타했다.

 
장애등급제 희생자 고 송국현 동지 촛불 추모제가 17일 늦은 8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장애등급제 희생자 고 송국현 동지 장례위원회(아래 송국현장례위) 주최로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 참가한 송 씨 동료와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은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하려던 고인이 장애인 자립생활을 보장하지 않는 국가와 사회로 말미암아 죽음으로 내몰렸다고 성토했다.

 
지난해 10월 시설에서 나온 고인은 성동구에 있는 자립생활 체험홈에 거주했다. 고인은 편마비가 심해 혼자서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뇌병변 5급, 언어장애 3급으로 중복장애 3급 판정을 받아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이에 고인은 장애등급재심사를 신청했으나 지난 2월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는 종전과 같은 뇌병변 5급, 언어장애 3급 판정을 내렸다.

 
지난 13일 송 씨는 집안에 불이 났음에도 타인의 도움 없이는 걷는 게 힘들어 사고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으며, 심한 언어장애로 주변에 도움조차 청하지 못했다. 결국 고인은 얼굴, 등, 어깨 등에 3도 화상을 입은 채 중환자실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4일 만인 17일 이른 6시 40분께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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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경과를 보고하는 정동은 활동가.
 
이날 추모제에서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동은 사무국장은 “구청, 국민연금공단, 보건복지부에서 국현이 형 장례식장에 왔지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정작 형이 문을 두드렸을 때 만나주지도 않았으면서 왜 죽어서야 손을 내미는가.”라면서 “활동보조만 지원됐어도 지금쯤 형은 형이 좋아하는 동료들을 만나러 다니고 이제껏 배우지 못했던 것을 공부하고 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 사무국장은 “보건복지부는 유감의 뜻을 표시했지만, 절대 유감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라면서 “제2의 국현이 형이 없도록 어떻게든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과를 받아내야겠다”라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경찰들은 내일 아침 8시 30분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한다는 이유로 고인의 시신을 데려가려고 한다. 이미 화상으로 사망했다는 사망진단서까지 나와 있는데 왜 이제서야 부검을 하려 하는가.”라며 “불이 나서 사람이 죽은 마당에 공권력이 나타나 시신을 데려가려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라고 성토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더는 장애등급제로 사람이 죽지 않도록 여러분이 함께했으면 한다”라며 “하루하루 힘들지만 고인을 잘 보내드리자"라고 호소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용기 공동대표는 “고인은 그동안 원치 않는 시설에서 27년을 살았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으며 살고자 지역사회로 나왔지만, 장애 등급이 3급이라는 이유로 소득보장과 활동보조를 받을 수 없었다.”라면서 “시설 거주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꿈꾸지만, 장애인들이 자립생활하도록 사회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고인처럼 죽어가는 분들이 있다.”라고 질타했다.

 
장애해방열사_단 박김영희 대표는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고인의 꿈을 살아남은 이들이 지켜드리자고 밝혔다.

 
“송국현 씨는 장애 3급을 받아 활동보조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갔습니다. 국현 씨가 삶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지켜주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그렇게 홀로 죽어간 한을 풀지 못해서 안타깝습니다. 왜 그가 죽었는지 사회적으로 알리지 못하고 보건복지부 장관 사과도 받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국현 씨를 이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습니다. 우리 손으로 잘 모셨으면 좋겠습니다. … 국현 씨는 자유로운 삶을 원했습니다. 국현 씨가 꿈꿨던 삶을 우리가 지켜주도록 합시다.”

 
노들장애인야학 현정민 미술교사는 장애 등급과 맞바꾼 고인의 삶을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국현 씨를 돌려주세요. 국현 씨와 만나며 나눌 수많은 눈 맞춤과 웃음을 돌려주세요. 합리적으로 장애인 복지 하겠다고 만들었던 장애등급제, 그 잘난 등급 3급과 맞바꾼 국현 씨 삶을 돌려주세요.”

 
이어 노동가요 작곡가 김호철 씨의 트럼펫 추모공연으로 이날 추모제를 마쳤다.

 
한편 이날 송국현 씨 장례식장에는 고인의 동료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으며,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애심사센터 관계자 등도 이날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고인의 장례식은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동지 장애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며 날짜는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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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발언하는 박김영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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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공연하는 김호철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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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
 


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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