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에 장애인 2명 타면 안 된다니…
전동휠체어 타는 장애인 2명 동시탑승하자 '꾸지람'
시청에 민원 내자 보복 행위까지…"인권의식 부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9-04-22 14:26:33
저상버스가 도입됐지만 버스기사 인권교육이 제대로 안돼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노컷뉴스/자료사진
에이블포토로 보기▲저상버스가 도입됐지만 버스기사 인권교육이 제대로 안돼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노컷뉴스/자료사진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A씨(34·뇌병변장애 2급)와 친구 B씨(34·뇌병변장애 1급)는 지난 14일 경상 창원에서 마산으로 귀가하던 중 122번 저상버스를 탔다가 기사에게 ‘둘이 한 번에 타면 어떻게 하느냐’고 꾸지람을 들었다.

화가 난 A씨는 이날 저녁 경남도청 민원게시판에 기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민원을 올렸고, 17일 시청담당자에게 시정 조치하겠다는 전화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A씨는 또 다시 불쾌한 일을 겪어야만했다. 17일 저녁 9시 40분경 귀가를 위해 창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259번 저상버스가 A씨와 친구 B씨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고, 4분 후 도착한 258번 저상버스의 기사는 ‘리프트 고장으로 태울 수 없다’며 가버렸다.

곧 이어 122번 저상버스가 버스정류장으로 다가왔고, 122번 버스기사는 저상버스를 세우더니 A씨가 도청에 제기한 민원에 대해 ‘왜 올렸느냐’, ‘이제 122번 저상버스 안 탈거냐’며 15분가량 불평을 쏟아냈다.

A씨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초면에 반말한 사람은 뭐가 그리 잘났다고 그러시느냐’라고 항의하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저러면 안 되지’라고 거들자, 이 기사는 ‘이 버스가 마지막 버스다’ 하면서 의사도 묻지 않은 채 B씨를 강제로 버스에 태웠다.

버스기사는 A씨의 휠체어도 밀어 버스에 태우려고 했지만 A씨가 ‘방향이 틀린데요’라고 소리쳤고, 옆에 있던 시민이 말려 기사는 B씨만 태워 출발했다.

기사는 B씨를 태우고 가면서 큰소리로 ‘내가 인터넷을 못한다고 그런 식으로 글을 올려서 사람을 골탕 먹이냐, 나도 인터넷만 할 줄 알았으면 내가 수십 번 올렸다’, ‘너희들한테 그런 말도 못하느냐’고 말했지만 장애 특성상 흥분하면 말을 잘 못하는 B씨는 듣고만 있어야했다.

이런 사건이 있은 후, A씨와 B씨가 속한 경남아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 자조모임은 “버스기사의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지난 20일 마산시청 교통행정과에 다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이 진정서에서 ▲담당 버스기사가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 ▲ 버스회사 사장은 기사들의 친절 및 장애인의 인권 교육 계획표를 세워 담당 교통행정과에 제출해 지도 감독을 받을 것 ▲교통 행정과는 해당 버스 회사에 정기적인 기사 교육을 의무화시키고 그 강사를 장애인 인권 단체에 의뢰해 교육이 이행되도록 지도할 것 ▲마산시는 저상버스가 진입하기 쉽고 휠체어 탄 장애인 승객이 잘 보이도록 버스정류장의 편의시설을 재정비할 것 등을 요구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해당 버스회사가 문제 해결에 나섰다. 버스회사 사장과 노조위원장, 해당 버스기사는 22일 오전 직접 A씨와 B씨를 찾아와 해당 버스기사를 인사 조치해 다시는 122번 저상버스를 운행할 수 없도록 했다는 사실을 전하고, 기사들에 대한 친절 및 장애인인권 교육 매뉴얼을 고려 중이며 조만간 이에 대한 공문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경남아자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 관계자는 “버스회사측에서 장애인 인권교육에 대해 모르는 점이 많다며 센터의 협조를 부탁했다”며 “진정서의 네 가지 요구안 중 앞의 세 가지가 잘 해결됐고, 마지막 요구안인 마산시 버스정류장의 재정비에 대해 시당국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피해당사자인 B씨는 22일 에이블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너무 무례한 일을 당해서 사과조치가 만족스러울 만큼은 아니다”라고 아직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그래도 교육을 실시한다고 하니 일단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인아 기자 (znvienne@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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