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투쟁 깔때기’의 한해를 만들어갑시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하고 탈시설해서 함께 살아야
탐욕스런 자본의 속도를 온몸으로 막아낼 것
2012.01.22 22:23 입력 | 2012.01.25 22:15 수정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를 지지해주시는 동지들께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요즘 ‘깔때기’라는 단어가 유행인가 봅니다. 나꼼수(나는 꼼수다) 덕분이겠지요. 자기자랑을 심하게 하고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끌어당기는 말인데, 어찌 보면 좀 비꼬는 거북한 말이기도 하지만 그리 나쁘지 않게 들리는 단어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용의 해를 시작하면서 전장연은 ‘깔때기’가 되어보려 합니다. 무슨 ‘깔때기’냐고 물으신다면 ‘투쟁깔때기'입니다.
 
▲올해를 투쟁 깔때기의 한 해로 만들어가겠다는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한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예전에는 너무나 힘이 없고 소수자라는 한계 때문에 선거는 나와 관계없는 힘 있는 다수자들의 권력투쟁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선거라는 국면을 맞아서도 무관심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은 예전처럼 그렇게 살지 않겠습니다. 지금까지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특히 중증장애인의 삶을 살면서 차별받아왔던 사회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어가려 합니다. 중증장애인들에게 차별적인 사회환경을 묵인하고 방조한 권력에 대해 확실한 심판을 통해 선거 때만 되면 ‘립서비스’로 우롱했던 대가도 보여주려 합니다.
 
2012년은 먼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려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 이야기가 있습니다. 행인을 붙잡아 침대 위에 눕혀서 만일 침대보다 작으면 몸을 잡아 늘여 죽이고, 반대로 침대보다 키가 크면 머리와 다리를 잘라서 죽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장애등급제는 바로 장애인에게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와 같습니다. 예산 때문에 장애인을 의학적인 등급으로 나누고 팔다리를 자르고 늘리는 것이야말로 바뀌어야 할 첫 번째의 야만적인 정책입니다.
 
그리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려고 합니다. 요즘은 누구나 ‘복지’라는 말을 해야만 하는 시대인 모양입니다. ‘보편적 복지가 좋다,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가 필요하다.’라면서 말들이 많습니다. 어떤 내용의 복지인가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복지를 말하는 어떤 정치세력도 꼭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입니다. 이것은 복지가 가족이 아니라 국가책임을 분명히 하는 중요한 잣대이고 시금석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증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니라 온전하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사는 세상으로 만들려 합니다. 굳이 ‘도가니’를 언급하지 않아도 장애인들이 ‘시설’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그 자체가 인권침해임을 우리는 잘 압니다. ‘시설’은 ‘감옥’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모순투성이 자본주의체제에서 바꿀 것은 너무나 많습니다. 이 글로 어떻게 다 설명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동지들에게 전장연이 고민하는 중요한 방향과 과제는 함께 나누고 싶어서 새해 초 인사 글에 함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여러분과 함께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입니다. 먼저 올해 총선과 대선에 투표의 힘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선거는 너무나 중요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장연은 투표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현장투쟁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바로 여러분이 좋아하는 ‘농성’입니다.
 
우리는 장애인의 차별을 철폐하라는 요구를 가지고 MB정부의 가짜복지 실행자인 보건복지부와 한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부에게 미리 잘 이야기를 하고 설명을 해도 예전처럼 ‘기다려라’, ‘예산이 없다’라고 회피한다면 단호한 투쟁으로 답변을 받아낼 것입니다. 
 
그리고 장애인을 배제하고 무서운 속도로 내달리고 있는 탐욕스런 자본의 속도를 막아내려 합니다. 온몸으로 막아설 것입니다. '함께 갑시다. 그렇지 않으면 이제 못 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농성 깔때기'가 되려고 합니다.
 
전장연과 함께해주실 동지들! 2012년 ‘농성깔때기' 참여프로그램에 함께 해주시고 힘을 실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동지들이 함께해주시기에 우리는 기쁨으로 힘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동민 열사의 말씀처럼 더디게 가더라도 옆도 보고 뒤도 보며 여럿이 기쁘게 한걸음 내딛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올 한 해도 열심히 투쟁합시다. 감사합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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