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2011년 04월 06일 (수) 15:12:16 김병용 sjb8282@gmail.com
   
  ▲ 김병용  
 
매주 국민들의 눈시울을 자극하는 KBS 모 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의 내용은 이러하다.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 방송을 통해 힘든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소개하며, 후원을 모집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든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좀더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어려운 모습을 드러내야 하며, 시혜와 동정을 강조한다. 왜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지는지 사회구조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는 묵인된 채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허울 좋은 포장만 한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이 사회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장애를 가진 이들은 우리와 다르고, 무조건 도와줘야 되고,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각 말이다. 며칠 있으면 장애인의 날이다. 오늘은 장애인의 날에 대해 써내려가 보고자 한다.

장애인의 날이 제정된 계기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장애인의 날은 1981년 당시 전두환 정권이 1980년 광주민중항쟁의 여론을 환기시키하고자 장애인을 위한다며 기념일을 정하게 되었다. 가장 따뜻한 날을 하루 정해 장애인을 시설이나 집에서 나오게 해 기념행사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통계상 비가 안 오는 날이 바로 4월20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1981년부터 매년 4월20일을 장애인의 날이라 하여 단 하루 장애인을 위한다며 각 지역마다, 기관마다 기념행사로 떠들썩거린다. 딱 하루만!

비가 안 와야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날씨가 좋아야만 장애인이 외출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본인들의 의지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하며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가 진정 복지국가가 아닐까.

몇 해 전부터 그러한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시혜와 동정의 기념행사에 반대하고, 장애를 차이가 아닌 차별로 만드는 사회구조를 바꾸고자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 차별을 없애는 날로 선포하게 되었다. 지역별로 지자체를 상대로 정책요구안을 전달하고, 투쟁하는 장애인들이 조직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2011년 전북지역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행동 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취지에 동의하는 지역 단체들이 모여 현재 장애인복지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논의하며, 기념행사가 아닌 전라북도에 장애인복지 정책요구안을 작성하고 있고, 각종 토론회와 간담회를 기획하고 있다. 또한 전국적으로 현재 문제되고 있는 개정된 장애인활동지원법의 문제점을 알려내고 있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는 투쟁에도 함께 한다.

전라북도에서 개최하는 4월20일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 참여해 우리들의 취지와 활동을 홍보하는 선전활동을 기획하였으나 보수적인 장애인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지금처럼의 장애인의 날 행사는 폐기되어야 한다.

동물원의 동물마냥 그 날 하루 각 시설에서 장애인들이 동원해 노래자랑, 공연 등의 기념행사를 하고, 장애극복상을 수여하고, 기념품을 주는 방식의 장애인의 날 행사를 거부한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이들이 지금 지역사회에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는지, 장애인정책에는 어떠한 문제점들이 있고, 그러한 것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적으로 함께 바꿔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내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올해에도 4월 한 달간 언론을 통해서도 장애인에 대한 기사나 보도가 많이 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관심이 4월 한 달만이 아닌 지속적으로 되길 바라며, 장애를 개인의 극복이나 치료의 대상이 아닌 장애를 그대로 이해하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길 바란다.

/김병용 전북시설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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